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 와 약 5조 6,000억 원 규모의 ‘천무’ 다연장로켓 3차 실행 계약을 체결했다는 K방산 소식이 30일 전해졌다.
이번 폴란드 K방산 계약은 단순히 무기를 사고파는 상업적 거래를 넘어, 대한민국 정부가 대통령 특사까지 파견하며 공을 들인 ‘방산 외교’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단순히 완제품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폴란드 현지 기업인 WB그룹과 합작법인(HWB)을 세워 현지 공장에서 미사일을 직접 생산하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유럽 내 ‘방산 블록화’의 높은 벽을 뚫고, 한국의 기술력을 유럽의 심장부에 깊숙이 뿌리내리는 전략적 승부수다.
폴란드의 역사는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거대한 숫자의 축제 뒤에 숨겨진 폴란드의 처절한 눈물에 주목해야 한다.
폴란드가 왜 이토록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으며 ‘군사 강국’이 되려 하는지를 이해하려면 그들의 가슴 아픈 역사를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폴란드는 18세기 말 러시아를 포함한 강대국들에 의해 강제로 나라가 찢기며 무려 123년 동안이나 세계지도에서 사라졌던 민족이다.
조상 대대로 침략자들에게 땅을 유린당하고 민족의 영혼을 짓밟혔던 기억은 폴란드인들의 DNA에 깊은 트라우마로 새겨져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소련) 비밀경찰이 폴란드의 지식인과 엘리트 2만여 명을 한꺼번에 학살했던 ‘카틴 숲 사건’은 그들이 러시아를 향해 품고 있는 불신과 공포가 결코 막연한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폴란드에 대한 비판적 시각
물론 역사가 폴란드에게 늘 우호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역사학자 폴 존슨은 그의 저서 <모던 타임즈>에서 1차 대전 이후 독립한 폴란드의 행보를 다소 비판적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그는 폴란드가 독일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주변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며 갈등을 야기했던 점을 들어, 그들을 마치 질서를 흔드는 ‘하이에나’처럼 냉소적으로 바라보았다.
강대국 중심의 사관에서 본다면 폴란드의 행동은 위험한 모험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폴란드가 GDP의 4%가 넘는 예산을 국방비로 밀어 넣으며 무장하는 것은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사악한 야심’이 아니다.
그것은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는 순간 다음 타겟은 반드시 자신들이 될 것이라는, 러시아라는 거대한 늑대 앞에 선 ‘생존의 몸부림’에 가깝다.
폴란드의 구원투수 K방산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대한민국과 한화가 내민 손은 그들에게 구원의 여의주와 같았다.
독일이나 미국제 무기가 보여주는 높은 문턱과 긴 기다림 대신, 한국은 압도적인 속도와 가성비, 그리고 무엇보다 현지에 공장을 세워 기술을 나누겠다는 진심 어린 파트너십을 제안했다.
이번 5.6조 원 계약을 통해 폴란드 땅에서 생산될 ‘천무’ 미사일은 이제 그들의 평원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될 것이다.
결국 폴란드의 ‘피 묻은 지갑’에서 나온 이 거금은 다시는 나라를 뺏기지 않겠다는 한 민족의 처절한 다짐이자, 내일의 평화를 미리 사는 보험료인 셈이다.
우리 독자들이 이 계약 소식을 접할 때, 단순히 수출 대박의 쾌감을 넘어 한 나라의 운명과 세계 평화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