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시스의 철도 차량 납품 지연 사태는 단순한 기업의 계약 불이행을 넘어, 대한민국 공공 조달 시스템과 정책 금융기관의 기강 해이를 여실히 드러낸 심각한 사건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직접 나서 “정부 기관들이 사기당한 것 같다”고 격노하며 수사 의뢰를 지시했다.
이 사태의 배후에는 코레일, 산은캐피탈 등 공공기관과의 느슨한 유착 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초고속 성장 이면의 그림자: 납품 능력 미달과 수천억 선급금의 남발이다
다원시스는 본래 핵융합 발전 장치용 전원장치 등 특수 전력전자 기술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다.
회사는 2010년대 중반 철도 차량 제작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다원시스는 코레일의 ITX-마음(EMU-150)과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차량 등 수천억 원대의 대규모 수주를 연이어 확보했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한 수주 실적과는 달리, 다원시스는 생산 경험과 역량이 현저히 부족했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 물량에 비해 공장이 턱없이 작았고 인력 확보도 제대로 되지 않아 납기 지연이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고 지적한다.
더 큰 문제는 발주처인 코레일 등이 이러한 상황을 알면서도 계약금액의 최대 70%에 달하는 수천억 원의 선급금을 지급했다는 점이다.
이는 국가계약법상 허용되는 최대치에 가까운 금액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납품 지연이 예견된 업체에 이토록 파격적인 선급금을 준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특혜다”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선급금 유용 의혹과 ‘사기죄’ 적용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사기’로 규정한 핵심 배경은 다원시스가 막대한 선급금을 납품 의무 이행이 아닌 다른 용도로 유용한 정황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자료 등에 따르면, 다원시스는 지급받은 선급금 중 수백억 원을 자회사 대여금으로 전용하거나 본사 신사옥 건축 대금으로 사용하는 등 계약 목적과 무관하게 자금을 집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법무법인 모 변호사는 “선급금을 받은 시점에 이미 납품 능력이 없었음을 알았거나, 받은 돈을 계약 이행에 쓰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면, 이는 단순히 계약 불이행이 아니라 발주처를 기망한 특경법상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변호사 출신인 이재명 대통령이 수사 의뢰를 지시한 것이다.
즉, 다원시스가 납품 능력을 허위로 부풀려 공공 기관의 계약을 따냈다면 기망의 고의성이 충분히 인정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발주한 정부기관이 다원시스의 이런 문제점을 몰랐냐는 것이다.
다원시스는 2010년부터 KSTAR사업, 철도차량 등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수주해왔다.
코레일-다원시스 ‘특혜 커넥션’ 의혹이 커지고 있다
다원시스 사태가 ‘특혜 커넥션’으로 의심받는 이유는 발주처인 코레일의 비상식적인 ‘봐주기’ 계약 행태 때문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1차, 2차 물량의 납품이 심각하게 지연되고 지체상금까지 부과받는 최악의 상황에서 코레일이 다원시스와 2,400억 원 규모의 3차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는 점이다.
납품 능력이 명백히 상실된 업체에 대한 이러한 ‘묻지마 계약’은 특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증폭시킨다.
또한, 코레일 고위직 출신을 포함한 다수의 전관 인사가 다원시스에 재직 중인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들이 계약 및 선급금 지급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로비 커넥션’ 의혹은 수사의 핵심 대상이 될 것이다.
국토교통부 역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수사 의뢰를 통해 계약 과정 전반의 투명성과 공정성 훼손 여부를 밝혀낼 계획이다.
철도공단은 앞서 사장 인사 문제, 안전 관리 등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정책 금융기관의 ‘위험 관리 부재’가 지적된다
다원시스의 성장에 국책 은행의 ‘정책 금융’이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산업은행과 그 자회사인 산은캐피탈의 책임론 역시 피해갈 수 없다.
산업은행 자회사인 산은캐피탈은 2011년 다원시스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 투자에 참여했던 주요 투자자였다.
현재도 산업은행 등 정책 금융기관들은 다원시스에게 상당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물론 정책 금융기관은 기업의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다원시스가 공공 계약이라는 핵심 사업에서 중대한 납품 리스크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사기업체라고 언급한 업체에 금융지원을 계속 이어나가는게 적절한지 의문이 된다.
특히 정책금융기관이 과거 금융 지원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다원시스의 재무 건전성 및 계약 이행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하고 관리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금융기관의 특성상 공공 계약의 불이행 자체를 이유로 대출 만기 연장을 법적으로 강제 거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존재한다.
최후의 제재, 조달청 입찰 제한과 제도 개편 압력이 불가피하다
다원시스 사태는 이제 기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국토교통부의 수사 의뢰가 현실화되고 납품 불이행 및 사기 행위가 명백히 확인될 경우, 다원시스는 조달청으로부터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최대 2년까지 모든 공공 입찰 참여 자격이 제한된다.
철도 차량 사업은 100% 공공 발주에 의존하는 만큼 이는 사실상 다원시스에게는 사업의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과도한 선급금 지급 관행에 대해 “제도 전반을 손보라”고 지시했다.
향후 공공 계약 시 선급금 한도가 대폭 축소될 것이다.
또한 기업의 실질 납품 역량 및 자금 사용 투명성에 대한 심사가 강화되는 등 대대적인 제도 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원시스 사태는 국가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든 ‘기업의 도덕적 해이’의 극단적인 사례이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 기관의 책임 소재가 명확히 가려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