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2026년 하반기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화려한 성적표 뒤편에는 ‘10대 그룹 중 유일한 순환출자 해소’와 ‘3조 원대 상속세 마련’이라는 고차방정식이 자리 잡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이 난제를 풀 열쇠로 ‘로보틱스’와 ‘피지컬 AI’를 선택했다.
실적은 ‘질주’, 지배구조는 ‘정체’
SK증권의 최신 보고서 작성자 윤혁진 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차의 2026년 1분기 실적은 환율 효과와 하이브리드(HEV) 판매 호조에 힘입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할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의 눈은 실적보다 ‘지배구조’에 쏠려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모비스→현대차→기아→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그룹의 정점인 현대모비스에 대한 정의선 회장의 지분율이 0.33%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7.38%)을 모두 물려받더라도 상속세율 60%를 적용하면 약 3조 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하다.
주가가 오를수록 주주들은 웃는다.
하지만, 승계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총수 일가에게는 상속세 부담이 커지는 역설적 상황이다.
‘피지컬 AI’와 보스턴 다이내믹스, 승계의 ‘실탄’ 될까
시장은 정의선 회장이 개인 지분을 보유한 보스턴 다이내믹스(BD)의 나스닥 상장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CES 2026에서 공개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현대차의 미래 먹거리인 ‘피지컬 AI’의 핵심이다.
BD의 기업 가치가 100조 원 이상으로 평가된다고 가정해 보자.
전문가들은 이럴 경우, 정 회장이 확보할 수 있는 구주 매출 자금이 순환출자 해소와 상속세 납부의 결정적 ‘실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그룹 내에서는 로보틱스 및 AI 전략 전담 TFT가 구성되는 등 상용화와 수익화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SDV 전환과 ‘포티투닷’의 직할 체제 강화
기술적 도전도 만만치 않다.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의 체질 개선을 위해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인 포티투닷(42dot)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진행된 포티투닷의 유상감자는 스타트업 시절의 흔적을 지우고 현대차그룹의 ‘직할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차량용 OS와 고성능 컴퓨터(HPVC) 개발을 통해 ‘껍데기만 만드는 제조사’에서 벗어나 ‘AI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주도하는 데이터 전쟁에서 얼마나 빠르게 양질의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학습시키느냐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북미발 리콜 사태와 품질 경영의 시험대
승승장구하던 현대차에 최근 악재도 불거졌다.
2026년형 팰리세이드의 북미 지역 판매 중단과 6만여 대 리콜 사태다.
이 사건은 전동 시트 결함으로 인한 인명 사고가 발단이 되었다.
이번 사건은, 역설적으로 자동차가 ‘전기 장치와 AI’에 의존할수록 사소한 소프트웨어 오류가 치명적 리스크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정 회장이 강조해 온 ‘품질 경영’이 AI 시대에 어떤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하는지를 시사한다.
전망: 2026년 하반기가 분수령
현대차그룹은 현재 ‘기술 혁신을 통한 기업 가치 제고’와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외통수에 걸려 있다.
부친의 지분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천문학적인 세금을 어떻게 처리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반 주주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투명한 개편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2026년 하반기 예정된 로봇 기술의 실제 산업 현장 투입 성과와 지배구조 개편의 구체적 로드맵이 현대차의 향후 10년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