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8월 19일 경부선 남성현~청도 구간에서 무궁화 열차와 작업자(7명)간 접촉 사고 현장을 방문해 한국철도공사 한문희 사장으로부터 사고 경위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보고받고 있다. 출처 : 정책브리핑

사고 은폐 까지

대한민국 철도 안전의 보루여야 할 코레일 (한국철도공사)의 안전실태 가 처참한 수준을 넘어 ‘범죄적 방임’ 단계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17일 공개된 2025년 감사원 ‘철도시설 안전관리 실태 점검’ 결과는 코레일이라는 거대 공기업 내부의 도덕적 해이와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깊게 뿌리 박혀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운행 부적합’ 판정받은 열차, 버젓이 선로 위 질주

이번 감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정밀안전진단에서 ‘운행 부적합’ 판정을 받은 화물차량 27칸을 즉시 폐차하지 않고 그대로 운행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기계적 결함이 증명되어 언제 탈선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한폭탄’을 승객과 시민들이 오가는 선로 위에 방치한 것과 다름없다.

철도안전법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엄격한 진단과 후속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코레일은 이를 비웃듯 부적합 차량을 현업에 계속 투입했다.

해당 차량들은 감사가 시작된 이후인 2025년 6월에서야 뒤늦게 폐차 처리되었다.

만약 그사이 대형 탈선 사고라도 발생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졌을 것인가.

법 위에 군림하는 코레일, ‘무승인 정비’와 ‘임의 주기 변경’

코레일의 오만함은 행정 절차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코레일은 국토교통부의 승인 없이 임의로 정비 조직을 변경하여 운영해 왔다.

철도 차량의 정비는 고도의 전문성과 국가의 검증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셀프 운영’하며 감시망을 피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부품 분해 정비 주기마저 승인 없이 임의로 연장하거나 완화했다.

이는 비용 절감이나 운영 편의를 위해 안전의 ‘마지노선’을 스스로 낮춘 행위다.

과거 KTX 탈선 사고의 주요 원인이 정비 주기 미준수와 유지보수 부실이었음을 상기해 보자.

그렇다면 코레일은 과거의 비극으로부터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음을 자인한 셈이다.

기관사 음주 검사는 ‘자가 검사’? 무너진 복무 기강

현장의 복무 기강은 더욱 참담하다.

수백 명의 승객을 책임지는 기관사의 음주 여부를 관리자가 직접 확인하지 않고 기관사 스스로에게 맡기는 ‘자가 검사’ 체계로 방치했다.

이는 음주 운전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할 공공기관이 사실상 음주 운전을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음주 정황이 포착된 상황에서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현장을 이탈하게 방치하는 등 내부 통제 시스템은 마비된 상태였다.

술 취한 기관사가 모는 열차에 국민의 생명을 맡겨온 코레일의 민낯이다.

258건의 사고 은폐, 통계 조작으로 가린 ‘피의 기록’

더욱 비겁한 지점은 사고 발생 후의 태도다.

코레일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258건의 여객 중상 사고를 국토교통부에 보고하지 않고 누락했다.

이 중 코레일이 직접 누락한 건수만 116건에 달한다.

사고 보고 누락은 단순히 행정적인 실수가 아니다.

정확한 통계가 없으면 정확한 대책도 나올 수 없다.

코레일은 자신들의 경영 평가나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 국민의 안전 데이터를 왜곡했다.

그럼으로써, 잠재적 사고를 막을 기회를 스스로 발로 차버렸다.

이제는 ‘문책’ 너머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때

감사원은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문책)와 주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매번 사고가 터질 때마다 ‘환골탈태’를 외쳤던 코레일이다.

하지만, 이번 감사 결과는 그 외침이 얼마나 공허한 수식어였는지를 증명한다.

전문가들은 코레일의 이러한 행태를 ‘구조화된 무책임’이라고 지적한다.

코레일은 안전보다 운영 효율을, 투명성보다 조직 안위를 우선시하는 문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제2, 제3의 탈선 사고와 인명 피해는 피할 수 없다.

코레일은 공공기관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채 ‘안전 도박’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묻고 싶다.

국민은 더 이상 불안한 열차에 몸을 싣고 싶지 않다.

정부는 이번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코레일의 안전 관리 체계를 뿌리부터 다시 세우는 강력한 개정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By 김도균 기자(dsajax0411@naver.com)

스카이메타뉴스 편집국장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