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과징금 공포 휩싸인 해운업계
공핵 이론이 구원투수 될까?
해운산업의 생존권을 결정지을 법적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17일 열린 ‘바다와 미래 포럼’에서는 해운사들의 운임 공동행위를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와의 법적 갈등과 그 해법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포럼에는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이 참석해 축사를 전하며 해운산업 지원에 대한 정치권의 높은 관심을 보였다.
조 의원은 축사를 통해 해운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특수성을 강조하며 정책적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어 해운협회 회장의 연설이 진행된 후, 법무법인 태평양의 강일 변호사가 ‘해운 공동행위의 법적·경제적 정당성’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강 변호사는 현재 해운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꼽았다.
지난 2025년 4월 대법원이 절차적 요건을 미비한 공동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래서, 1조 원대에 달하는 과징금 리스크가 다시 해운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발표의 핵심은 ‘공핵(Empty Core) 이론’이었다.
강 변호사는 해운산업이 선박 한 척 단위로 움직이는 ‘생산단위의 불가분성’과 막대한 고정비가 들어가는 ‘매몰비용’의 특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완전 자율경쟁이 이뤄질 경우 선사들이 빈 배를 채우기 위해 원가 이하로 운임을 덤핑하는 ‘파괴적 경쟁’에 빠지게 된다.
이는 결국 시장의 붕괴와 선사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결국 해운법 제29조에 명시된 공동행위 허용 규정은 선사들의 폭리를 위한 담합이 아니다.
이것은 시장 실패를 방지하고 물류망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안정화 카르텔’이라는 것이 강 변호사의 주장이다.
강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해운산업의 특수성을 도외시한 기계적 법 집행은 국적 선사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결국 화주와 국가 경제 전반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해운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통해 법적 불확실성을 원천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을 지켜본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포럼이 해운법과 공정거래법의 조화로운 해석을 이끌어내리라 기대한다.
그리고 이 포럼이 무너져가는 해운 산업의 법적 토대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