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는 국민과 행정기관 사이에서 권리와 절차를 돕는 전문자격사다.
행정 절차 앞에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에게 길을 안내하는 것이 행정사의 역할이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사 제도는 단순한 직업 영역을 넘어 공적 기능을 가진 제도로 이해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대한행정사회라는 법정단체가 있다.
대한행정사회는 「행정사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조직이다.
법률에 의해 설립된 단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사적 협회와는 성격이 다르다.
법정단체라면 그 운영 역시 법과 원칙에 따라 보다 높은 수준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최근 대한행정사회를 둘러싼 상황을 바라보면 많은 행정사들이 깊은 우려와 실망을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총회 운영을 둘러싼 논란, 회계 투명성 문제, 감사 기능의 정상적 작동 여부,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 등 여러 문제가 동시에 제기되면서 조직 전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특히 많은 회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부분은 집행부의 회무 운영 방식이다.
회장은 단체의 대표자로서 조직을 통합하고 회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단체를 운영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최근 대한행정사회에서 나타나는 여러 갈등과 논란은 오히려 조직 내부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표자는 조직을 설득하고 통합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중요한 사안들이 충분한 설명과 소통 없이 추진되거나 갈등 속에서 처리되는 모습은 회원들에게 깊은 피로감과 불신을 남기고 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회장 급여 문제는 많은 회원들에게 상징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26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회장의 연간 보수는 급여, 정기상여, 직책수당 등을 포함하여 약 1억4천8백만 원 수준으로 편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별도로 편성된 대외활동비까지 포함하면 회장 관련 예산 규모는 더욱 커진다.
이는 전년도 회장 보수 수준과 비교할 때 상당한 인상 폭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급여 인상의 규모가 아니다.
회원들이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은 이러한 재정 결정이 충분한 설명과 공감 속에서 이루어졌는지 여부다.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단체에서 집행부 보수 문제는 무엇보다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회원들의 동의와 신뢰가 전제되지 않는 보수 결정은 조직 내부의 갈등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
재정 문제와 더불어 총회 운영 방식 역시 중요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회원총회는 대한행정사회의 최고 의결기관이다.
총회는 단순한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회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을 통해 단체의 방향을 결정하는 민주적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총회를 둘러싼 여러 논란은 이러한 기본 원칙이 충분히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결산과 예산과 같은 재정 문제는 특히 더 엄격한 절차가 요구되는 사안이다.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단체라면 재정 운영은 무엇보다 투명해야 한다.
결산 자료와 예산 자료는 충분히 공개되고 회원들이 이를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사무처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사무총장은 단체의 행정과 실무를 총괄하는 책임자다.
사무처는 집행부의 의사를 전달하는 기관에 그쳐서는 안 된다.
회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고 행정 절차가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본래의 역할이다.
그러나 최근 여러 사안에서 사무처가 회원들의 자료 요청이나 문제 제기에 대해 충분히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무처가 행정적 중립성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조직 운영의 투명성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감사 제도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감사는 집행부를 견제하고 단체 운영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제도다.
감사가 독립적으로 기능하지 못한다면 조직 내부의 통제 장치는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최근 대한행정사회에서는 감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감사가 스스로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보다는 감사 기능 자체가 사실상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 제도는 단체 민주주의의 마지막 안전장치다.
그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조직은 쉽게 폐쇄적 구조로 변할 수 있다.
지금 대한행정사회가 직면한 문제는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조직의 구조와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이며 행정사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대한행정사회를 위한 제언
대한행정사회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재정 운영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결산과 예산은 가능한 한 상세하게 공개되고 회원들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감사 제도의 독립성을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 감사가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어야 조직의 자율적 통제가 가능하다.
셋째, 총회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 총회는 단순한 의결 절차가 아니라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는 공간이어야 한다.
넷째, 집행부와 사무처는 조직을 관리하는 권력이 아니라 회원 공동체를 위한 봉사 기관이라는 점을 다시 인식해야 한다.
대한행정사회는 특정 집행부의 조직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행정사들의 공동체다.
그리고 그 공동체의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 대한행정사회가 직면한 위기는 단순한 내부 갈등이 아니라 신뢰의 위기다.
신뢰를 잃은 조직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지금 대한행정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권력이 아니라 더 큰 책임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투명한 운영과 민주적인 절차 속에서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행정사 박은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