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학개미의 화폐전쟁
소로스와 영란은행의 추억
환율이 1,470원을 상회하며 임계점에 도달한 가운데, 1992년 소로스 가 파운드를 공매도한 것 처럼 서학개미 들의 달러 매수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 볼 때, 현재의 흐름은 적정환율을 초과해 외환당국과 개인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위험한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해석된다.
퀀텀 펀드와 서학개미: 구조적 유동성의 비대칭성
과거 1992년 조지 소로스가 영란은행을 굴복시켰던 사건의 본질은 ‘무한에 가까운 신용 공급’에 있었다.
소로스는 미국과 유럽 금융권으로부터 막대한 유동성을 확보했으며, 독일 분데스방크의 묵인 하에 파운드화를 공매도하는 치밀한 작전을 수행했다.
이는 단일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춘 거대 자본의 정교한 공격이었다.
반면, 현재 원화 약세를 가속화하고 있는 서학개미들의 유동성은 그 뿌리가 소로스와는 매우 다르다.
이들의 실탄은 개인의 가처분 소득이나 주택담보대출, 증권사 신용공여 등 한정된 자원에 의존하고 있다.
거대 기관의 조직적 지원 없이 각개전투식으로 이루어지는 이러한 해외주식 매수세는 시장 상황이 급변할 때 대응력이 전무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서학개미가 레버리지를 동원한 투자는 환율 변동성 확대 시 심각한 자산 훼손을 초래할 수 있는 휘발성 강한 유동성이다.
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학개미가 투자한 금액이 자기자금인지 빌린 돈인지는 출처가 불분명하다.
글로벌 공조의 변화: 미국 재무장관의 등판과 방어막의 형성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국제 정치적 역학 관계의 변화다.
과거 영란은행이 고립되었던 것과 달리, 현재 한국 정부와 한국은행은 주변국과의 긴밀한 공조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15일 미국 재무장관이 원화의 과도한 약세를 경계하며 구두 개입에 나선 것은 시장에 매우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이러한 태도는 한국 외환 당국에 강력한 방어 명분을 제공한다.
한미 통화 공조가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경우, 시장의 투기적 수요는 순식간에 동력을 잃게 된다.
거대 자본이 주도하는 판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국가 권력과 글로벌 패권의 담합을 상대로 승리하기란 역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음을 상기해야 한다.
군집 행동의 함정: 집단 광기가 초래할 결말
한국 개인 투자자의 특성은 ‘모방 투자’와 ‘집단 순응’ 심리다.
그들의 특성은 이번 화폐전쟁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원화 가치의 장기적 하락에 대한 공포가 ‘달러 쏠림’ 현상을 만들었으나, 이러한 심리적 동조화는 시장이 정점에 도달했을 때 탈출을 방해하는 병목 현상을 초래한다.
만약 미국 증시의 조정과 원화 가치의 반등이 동시에 일어나는 ‘더블 쇼크’가 발생할 경우, 출구를 찾지 못한 개인들의 자산은 회생 불가능한 타격을 입게 된다.
생활 자금의 압박으로 고점에서 산 달러를 저점에서 투매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가계의 파탄으로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현재 외환시장은 적정 가치를 이탈한 과열 구간 있다고 평가해 볼 수 있다.
조지 소로스와 같은 거대 세력의 전략도, 독일과 같은 조력자도 없는 개인 투자자 집단이 국가 권력의 방어선에 맞서는 화폐전쟁.
무분별한 추종 매매의 끝은 소로스처럼 승자의 환호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만약에 실패한다면?
시스템의 반격에 의한 가혹한 대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독립 언론으로서 본지는 이 광기 어린 화폐전쟁의 끝에서 단 한 명의 투자자라도 위험회피적으로 투자하기를 권고한다.
서학개미는 소로스는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