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세금 들여 지점 지우는 ‘모순’의 현장
시중은행엔 ‘상생’ 강요, 산업은행 은 ‘지점 폐쇄’ 방관
금융위원회 의 이중잣대와 1.4억 원짜리 ‘원상복구 예산낭비’
■ 입으로만 외치는 ‘포용적금융’, 현실은 ‘디지털 소외’ 가속화
금융위원회 는 연일 포용적금융 을 화두로 삼으며, 5대 금융지주회사에 소외계층을 위한 상생 노력을 압박하고 있는데 산하기관인 산업은행 은 반 포용적 금융행태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 지점 폐쇄가 디지털 취약계층인 어르신들의 금융 접근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시중은행에 제시해 왔다.
하지만 정작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KDB)은 이러한 정책 기조를 비웃기라도 하듯, 오프라인 지점을 잇달아 폐쇄하며 거꾸로 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본지가 9일 공공기관 알리오 시스템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한티지점, 잠원지점을 폐쇄하기 위한 공사절차에 착수했다.
■ 1954년 설립된 ‘국민의 은행’이 1억 4천만 원 들여 흔적 지우기
본지가 독자적으로 분석한 ‘한국산업은행 한티지점 원상복구공사 입찰공고서’(산은총무 제2025-15564호)를 보면, 산업은행의 모순은 극에 달한다.
1954년 국가 산업 재건을 위해 설립되어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산업은행이, 강남의 주요 거점인 한티지점을 폐쇄하며 그 흔적을 지우는 ‘원상복구’ 비용으로만 139,810,000원(부가세 포함)의 기초금액을 책정했다.
지점 유지비용이 아까워 문을 닫는다는 국책은행이, 단 3주 만에 끝나는 철거 및 인테리어 원상복구 공사에는 억대의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예산 낭비이자,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과 디지털 문맹자들의 불편을 담보로 한 ‘지점 말살’ 행위다.
1억 4천만 원이면 어르신들이 은행 업무를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돕는 디지털 가이드를 배치하거나, 소규모 특화 점포를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이다.
■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금융위 무책임한 방치
가장 큰 모순은 금융위원회의 태도다.
시중 5대 금융지주를 향해서는 “지점 폐쇄 시 사전 영향평가를 엄격히 하라”며 호통을 치는 금융당국이, 왜 자기 소관 기관인 산업은행의 무분별한 지점 폐쇄와 억대 철거 비용 지출에는 침묵하는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금융당국은 거창한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자기 소관 기관의 행태부터 제대로 챙겨야 한다.
산업은행이 한티지점과 잠원지점을 없애는 것은 단순히 점포 하나를 줄이는 경영상의 결정을 넘어, 국책은행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공공적 접근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특히 지명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러한 원상복구 공사는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의구심마저 자아낸다.
■ 지점 감소의 길을 가는 국책은행, 누구를 위한 효율인가
집단주의적 효율성에만 매몰된 산업은행의 행보는 포용적금융이라는 대통령의 정책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노인이나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에 서툰 국민들에게 지점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국가 금융 시스템과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다.
산업은행 박상진 회장과 금융위원회는 이제라도 ‘포용적금융’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민간을 옥죄기 전에, 국책은행부터 솔선수범하여 지점을 유지하고 소외계층을 보듬는 ‘진짜 포용’을 보여줘야 한다.
더 이상 ‘원상복구’라는 이름의 세금 낭비와 ‘효율화’라는 이름의 금융 소외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본지가 한국산업은행법을 조사해 본 결과 산업은행이 포용적금융을 해야할 법적 근거는 없다.
하지만 진정한 주인인 국민을 저버리고 금융위의 지시에 따라 모순된 행태를 반복한다면 결국 다른 금융기관에 매각 등 민영화가 답이다. 안타까운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