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과 금융위원장이 19일 논쟁을 벌였다. 제2의 IMF가 염려된다. 출처 : 스카이메타뉴스

2025년 실태평가 결과가 폭로한 금융권의 ‘이윤 지상주의’와 감독 공백

대한민국 금융시장이 금융소비자보호 미흡 이라는 거대한 경고등 앞에 섰다.

금융감독원이 18일 발표한 2025년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결과는 국내 주요 금융사들이 소비자 보호를 얼마나 뒷전으로 미뤄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금융당국 간의 권한 쟁의와 관료주의적 행태가 맞물리며, 대한민국 금융 시스템은 소비자를 보호할 의지도 능력도 상실한 것 아니냐는 깊은 회의감을 자아내고 있다.

껍데기만 화려한 혁신과 디지털 금융의 이면에 숨겨진 ‘미흡’한 민낯을 집중 취재했다.

성적표에 새겨진 ‘금융소비자보호 미흡’의 실상

지난 18일 발표된 ‘2025년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결과’는 국내 금융 거물들의 초라한 소비자 보호 성적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번 평가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내부통제 체계가 실제로 잘 작동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점검했으나, 결과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전체 29개 평가 대상 회사 중 ‘양호’ 등급을 받은 곳은 라이나생명과 현대카드 단 2곳뿐이었으며, 무려 8개사가 ‘미흡’ 등급을 받았다.

특히 전통의 강자와 혁신의 기수들이 나란히 ‘금융소비자보호 미흡’ 판정을 받았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신한은행과 대신증권, 삼성증권, 유안타증권, NH투자증권 등은 당초 ‘보통’ 수준의 점수를 받았으나, ELS 관련 대규모 소비자 피해 유발이나 환매중단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불법 자전거래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등급이 강제로 1단계 하향 조정되었다.

한편, 혁신을 강조하던 토스뱅크는 체크카드 해외매출 취소 지연 민원이 폭증하고 소비자보호 인력 운영이나 성과평가 체계 설계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며 ‘미흡’ 등급을 면치 못했다.

하나캐피탈 또한 공격적인 영업 확장 과정에서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하고 소비자보호 책임자가 타 업무를 겸직하는 등 총체적인 부실을 노출했다.

금융소비자보호 미흡 을 방치하는 구조적 모순: 금융위와 금감원의 엇박자

이러한 ‘금융소비자보호 미흡’ 사태가 반복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감독 기구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고 손발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열린 정부 업무보고 현장은 이러한 모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민생금융 범죄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해달라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강력히 건의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수사 권한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나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즉각 제동을 걸고 나섰다. 스카이메타뉴스는 이억원 위원장을 비난한다.

이억원 위원장은 금감원이 공무원 조직이 아닌 민간 기구라는 점을 강조하며, 인지권을 부여하는 것은 월권이자 국민 법 감정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정책(진흥)과 금융감독(감시)이 금융위원회라는 한 지붕 아래 묶여 있는 기형적 구조에서 기인한다.

금융위는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명목하에 감독 기구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 것을 본능적으로 견제하며, 이는 결국 관료 조직의 ‘자기 권한 지키기’로 비화되고 있다.

대통령의 개혁 의지조차 관료적 프레임 앞에 가로막히는 모양새다.

특히 이재명 정부와 여당이 올해 금융감독정책과 금융정책을 분리하려던 개혁을 철회한 것이 두고두고 한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정책(금융산업정책)만 정부에서 갖고 금융감독권한은 분리해서 독립성을 보장하라. 금융 개혁 정책을 반드시 재추진하라.

그렇지 않으면 불행한 결말을 맞을 것이다.

글로벌 스탠다드와 대비되는 한국의 ‘반쪽짜리’ 대응

한국금융연구원의 20일자 금융브리프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 선진국들은 이미 ‘자율적 보호’의 한계를 인정하고 강력한 ‘법적 의무화’로 선회하고 있다.

영국은 지급자 승인형 푸시결제(APP) 사기에 대해 은행권에 직접적인 배상 의무를 부과하여 금융권의 책임을 엄격히 묻고 있다.

호주는 은행뿐 아니라 통신사와 거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까지 사기 예방 조치 의무를 부여하는 종합적인 법적 프레임워크인 ‘스캠 방지 프레임워크법’을 구축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25년 10월 AI 기반 정보공유 플랫폼(ASAP)을 출범시켰으나, 정보 공유 범위가 금융권에만 한정되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통신사와 수사기관의 핵심 정보를 결합하려 했으나 법적 근거 미비와 부처 간 이기주의에 막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당국이 수사권과 감독권을 놓고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사이, 정작 소비자들은 진화하는 금융 범죄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전 국민의 돈이 다 도둑맞아야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가?

칼 폴라니의 경고와 금융감독 독립의 과제

현재의 금융 난맥상은 경제학자 칼 폴라니가 경고한 ‘허구적 상품’의 오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화폐와 금융은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오직 이윤 추구의 도구로만 보고 시장 논리에 방치한 결과가 지금의 ‘미흡’ 사태다.

이재명 정부가 금융위원회의 관료적 논리에 휘둘려 감독 체계의 근본적인 개혁을 미룬다면, 이는 단순히 행정적 실패를 넘어 국가 경제 시스템 전체가 무너지는 ‘제2의 IMF’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스스로가 만든 관료적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

금융감독 정책권을 행정부 산하의 금융위에서 완전히 떼어내 국회나 독립적인 기구로 이관하지 않는 한, 금융사들의 성적표는 매년 ‘미흡’과 ‘보통’ 사이를 오가는 요식 행위에 그칠 것이다.

헌법 개정 수준의 결단을 통해 금융감독권을 정치와 자본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해방시켜야 한다.

김영삼은 IMF 외환위기, 그리고 노무현, 문재인 정권은 부동산이 발목을 잡아 재집권에 실패했다.

결론: 금융소비자보호 미흡 을 넘어선 헌법적 결단이 필요한 때

금감원은 이번 평가에서 ‘미흡’ 판정을 받은 업체들에 대해 경영진 면담과 이행 실적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안태훈 팀장은 “실태평가를 공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실질적인 개선을 이루도록 금융 감독 제도 변경을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시스템의 근본적인 고장을 외면한 채 겉부분만 닦아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진정으로 ‘금융소비자보호 미흡’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감독 권한이 대통령의 입맛이나 관료의 안위가 아닌 오직 국민의 안전을 위해 작동하도록 판을 갈아엎어야 한다.

개헌시 금융 감독 권한을 입법부로 이양하는 방안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대신증권과 신한은행 등 이번 실태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기업들은 2개월 내에 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의 종이 위 반성문에 속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이 고객의 돈을 이윤 창출의 도구로만 보지 않게 만드는 강력하고 독립적인 감시의 눈이다.

2026년 상반기에 나올 개선 이행 점검 결과가 또다시 ‘검토 중’이라는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지 않기를 국민은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By 김도균 기자(dsajax0411@naver.com)

스카이메타뉴스 편집국장 김도균입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전) 한국산업은행 제1회 시험출신 행정사 (전)소비자경제신문 기자 (전)금융산업노조 한국산업은행지부 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