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출처 : 스카이메타뉴스

비용 인상형 인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최근 한국 경제는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를 목전에 두고 고환율 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5년 11월 생산자물가 (PPI)가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이것은, 단순히 수치상의 변화를 넘어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이 고환율 이라는 외부 압력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다.

이번 상승은 농산물 가격의 하향 안정세라는 호재 속에서도 터져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공산품 가격의 습격

이번 물가 상승을 주도한 핵심 동력은 단연 공산품이다.

공산품은 한 달 사이 0.8%나 오르며 전체 물가를 견인했는데, 그 이면에는 국제 유가 반등과 더불어 가파르게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와 원자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환율이 오르면 기업이 감당해야 할 수입 단가가 즉각적으로 상승한다.

실제로 11월 국내공급물가지수가 0.7% 상승한 것은 고환율이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이것이 다시 생산 현장의 비용 상승으로 전이되는 전형적인 ‘비용 인상형 인플레이션’의 경로를 따르고 있음을 증명한다.

폴 사뮤엘슨은 그의 저서 경제학에서 “비용 혹은 공급 요인으로 물가가 오르면 경기가 둔화되고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불리는 증후군이 나타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2025년 연말의 한국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이란 질병에 걸렸다 말인가?

특히 반도체와 석유제품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DRAM과 플래시메모리 등 우리 수출의 핵심 품목 가격이 오르는 것은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제조 공정에서의 중간재 비용을 높여 생산자물가에는 하방 경직성을 부여한다.

여기에 경유와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까지 환율 효과를 타고 가파르게 오르면서, 기업들은 원가 절감의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가을철 풍작으로 상추와 쌀 가격이 내려가며 ‘장바구니 물가’가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산업 현장의 뒷마당에서는 고환율발 물가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생산자물가의 반등은 향후 환율 전망과 맞물려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외환 시장은 미 연준의 금리 정책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 속에서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후반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자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향후 1400원대의 상태를 유지하는 뉴노말의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 물가통계팀 박범기 과장은 “환율이 생산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시간이 소요되며 간접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봤을 때는 생산자물가지수 상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생산자물가는 보통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데, 현재의 고환율 기조가 꺾이지 않는다면 정부와 한국은행이 기대하는 ‘물가 2% 안착’ 시나리오는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고환율과 생산자물가

결국 향후 경제의 향방은 고환율이라는 파고를 어떻게 넘느냐에 달려 있다.

환율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금리 인하는 자칫 자본 유출을 가속화하고 원화 가치를 추가 하락시켜 생산자물가를 더 자극하는 패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당분간 환율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외환 당국의 미세 조정과 더불어,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소비자에게 급격히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

지금의 생산자물가는 단순히 지표의 상승을 넘어, 우리 경제가 고환율이라는 긴 터널을 어떻게 통과해야 할지 묻는 엄중한 경고장과도 같다.

By 차심청 기자(csc@me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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