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노멀’ 된 고환율에 한은·연금 “총력전”
원/달러 환율 1,482.3원 터치, 8개월 만에 최고치
원/달러 환율 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480원 선을 위협하며 한국 경제에 비상벨을 울리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라는 ‘방패’를 꺼내 들었지만, 달러를 향한 시장의 갈증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모양새다.
“더는 못 참는다”… 이창용의 강한 경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이 총재는 “현재 환율은 경제 기초 체력에 비해 과하게 높다”며, 그동안의 ‘변동성 완화’ 수준을 넘어 환율의 절대적인 ‘수준(레벨)’ 자체를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이 총재는 고환율이 수입 물가를 자극해 내수 경기를 악화시키는 ‘양극화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수출 기업은 웃지만 서민들은 고물가에 신음하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며 시장 투기 세력에 경고장을 날렸다.
’95조 원’짜리 방패, 외환스와프 가동
정부는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한도 650억 달러(약 95조 원)를 연장했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위해 시장에서 달러를 긁어모으는 것을 막고, 한국은행의 금고에서 직접 달러를 빌려 쓰게 함으로써 시장의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산업은행 외환 전문가는 “정부의 개입으로 일시적인 숨 고르기는 가능하겠지만, 미국 주식으로 떠나는 ‘서학개미’들의 거대한 흐름과 엔화 약세라는 파도를 막기엔 역부족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1,200원 시대는 끝났다”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의 고환율을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보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미국 금리가 내려가도 원화 가치가 오르지 않는 ‘공식의 파괴’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제는 금리 차이보다 글로벌 자금의 미국 쏠림 현상이 환율의 주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산업은행 출신 경제학 박사는 “환율 1,400원대가 새로운 표준(뉴 노멀)이 된 상황을 받아들이고, 기업과 가계가 이에 맞는 생존 전략을 짜야 한다”는 비관 섞인 조언도 나온다.
향후 전망은?
시장에서는 환율이 단기적으로 1,500원을 돌파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개입 의지가 확인된 만큼 당분간 횡보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으나, 일본의 금리 정책이나 미국의 추가 경제 지표에 따라 또 한 번의 요동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