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와 세로토닌이 말하는 마음의 이치
며칠째 하늘이 낮게 드리워 있습니다.
해는 구름 뒤에 숨어 빛을 아끼고, 공기는 수증기를 잔뜩 머금어 축축하고 무겁습니다.
마치 비가 올 듯 찌뿌둥한 날씨는 우리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이치(心理)에도 깊숙이 스며들어, 이유 모를 우울감을 선사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비극적인 이야기에 쉽게 감정 이입하며, 나도 모르는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영화 안의 비극과 나의 우울감: 《화차》가 던지는 질문
변영주 감독의 영화 《화차》(원작: 미야베 미유키)를 다시 떠올려 봅니다.
김민희 배우가 연기한 ‘강선영’의 비극적인 운명은 단순히 한 개인의 악행으로 치부하기 어렵습니다.
그녀는 부모의 빚, 신용 불량이라는 거대한 자본주의의 시스템적 폭력에 짓눌려 결국 타인의 신분을 훔쳐야만 하는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립니다.
그녀의 고통이 ‘화차(지옥의 수레)’에 실린 듯 비참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인간의 모순적 운명과 취약성을 목격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녀의 절망이 나의 알 수 없는 우울감과 연결되는 듯 느낍니다.
이처럼 타인의 극단적인 슬픔에 깊이 공감하고 눈물 흘리는 것은, 우리가 고통에 취약한 존재임을 무의식중에 인정하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겪은 현실의 비극들(고 이선균 배우의 안타까운 소식, 송하윤 배우의 학폭 논란 등)에 우리가 관심을 집중하는 것 역시, 완벽함을 기대했던 공인에게서 발견된 인간적인 허점에 대한 복잡하고 모순적인 심리(공정성 갈망과 흥미)의 발로입니다.
결국, 영화 속 비극과 현실의 논란은 모두 우리 안에 깊이 자리한 ‘마음의 이치’가 얼마나 복잡하고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과학이 말하는 마음의 흐림: 세로토닌의 부족
하지만 이 모든 우울감과 무기력함을 나만의 ‘정신력’ 문제라고 자책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신경과학과 생리학은 우리의 감정이 뇌 속의 생화학적 작용에 크게 좌우된다는 명확한 답을 제시합니다.
흐리고 비가 올 듯한 날씨는 우리 뇌에서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를 떨어뜨리는 주범입니다.
햇빛(일조량) 부족은 세로토닌 활력을 감소시켜 우울감, 초조함, 그리고 수면 문제까지 유발합니다.
특히 겨울철에 심해지는 계절성 정서 장애(SAD)가 바로 이 세로토닌 부족에서 비롯됩니다.
여기에 비가 오기 전 낮아지는 저기압은 민감한 사람들의 관절에 영향을 미치거나 체내 균형을 흔들어 ‘찌뿌둥함’ 같은 신체적 불편함을 유발합니다.
즉, 나도 모르는 나의 마음은 사실 날씨와 기압, 그리고 호르몬의 물리적인 작용이라는 외부 요인에 의해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우울한 기분은 나약함이 아니라, 자연의 변화에 대한 몸의 정직한 반응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한 날일수록, 맛있는 위로로 힘을 내자
“나만 우울한 것이 아닙니다.”
흐린 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세로토닌 부족을 겪습니다.
비극적인 영화를 보며 함께 울었듯이, 이 우울한 날일수록 우리는 함께 기운을 북돋을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마음의 이치를 다스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몸의 이치를 먼저 챙기는 것입니다.
호르몬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면, 우리는 호르몬의 재료를 채워 반격할 수 있습니다.
세로토닌의 원료가 되는 필수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세요.
따뜻한 우유, 치즈, 닭고기, 연어, 견과류, 바나나 등은 우울한 기분을 다독이는 데 과학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따뜻한 차나 국물을 마셔 체온을 높이는 것 역시, 저기압으로 인해 찌뿌둥해진 몸을 이완시키는 데 효과적입니다.
우울하고 힘든 날일수록, 나를 채찍질하고 자책하지 마세요.
대신 가장 맛있는 것, 가장 따뜻한 것으로 몸과 마음을 안아주는 것.
그것이 바로 알 수 없는 ‘나의 마음’을 다스리는 가장 현명하고 과학적인 이치입니다.
날씨가 맑아지듯, 우리의 마음에도 곧 햇살이 비추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