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가족의 고통과 비용의 덫
존엄한 마무리를 위한 제도 대전환이 시급하다
한국은행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1일 한국은행에서 ‘초고령사회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생애말기 의료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 자료에 따르면, 현재 연명의료 제도는 회생 불가능한 환자에게 극심한 고통과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며,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했다.
따라서 무의미한 생명 연장을 넘어, 존엄과 가치관을 존중하는 포괄적 돌봄 체계로의 대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다.
연명의료 시술 지속의 그림자: 고통과 경제적 이중고가 크다
연명의료는 단지 임종 과정을 연장하는 시술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환자와 가족에게 가혹한 현실을 안겨주고 있다.
연명의료 환자의 신체적 고통 지수는 일반 질환의 최대 대비 약 3.5배에 달하며, 일부 환자는 13배까지 고통을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고통과 함께, 연명의료 환자의 임종 전 1년 의료비는 2013년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2023년 기준 임종 전 1년 총 의료비 3,193만 원 중 693만 원이 환자 개인 부담액으로 추정되며, 여기에 간병비 224만 원 이상이 추가되어 경제적 부담은 더욱 가중되는 실정이다.
제도의 한계: ‘소극적 안락사’를 넘어선 요구가 많다
현행법상 연명의료 중단 결정(소극적 안락사)은 허용되지만,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온전히 보장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족이 연명의료 치료를 했던 경험이 있는 심포지엄 참석자는 “연명의료는 본인 의사결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연명의료 중단 여부에만 초점을 맞춰 환자의 구체적인 선호나 가치관을 반영하기 어렵다.
건강보험공단 임민경 연구원은 연명의료 중단의 구체적인 방식, 생명 연장 기간 설정, 대리인 지정, 그리고 개인의 가치관 기록 등을 포함하는 ‘개인화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도입을 통해 자기 결정권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명의료 중단 후의 과제: ‘호스피스 돌봄’의 부재가 심각하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 이루어진 후에도 환자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돌봄 시스템은 여전히 취약하다.
연명의료에 대한 높은 선호도에도 불구하고, 호스피스 이용률은 22.2%에 불과한 실정이다.
고통 완화와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는 호스피스 서비스로의 연속성을 강화하여 환자가 삶의 마무리를 평안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 온라인 등록 및 상담 확대 등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사전 의향서가 없더라도: 고통을 멈출 법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사전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에도 환자가 무조건 고통스러운 연명의료를 지속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연명의료법은 환자의 임종 과정이 의학적으로 확인된 후, 환자의 추정 의사를 확인하는 대안적인 절차를 마련해 두었다.
첫째, 가족 2인 이상의 일치된 진술이 요구된다.
환자의 의향서를 찾을 수 없을 때, 환자 가족 2인 이상이 평소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을 원했다는 의사를 일치하게 진술하고 담당의사와 전문의 1인이 이를 확인하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둘쨰, 가족 전원 합의가 필요하다.
환자의 평소 의사를 가족들이 진술할 수 없을 때에도, 환자 가족 전원이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연명의료 중단에 합의하고 이를 의료진이 확인하면 중단 결정이 가능하다.
이러한 규정은 환자가 사전에 문서를 남기지 못했더라도, 생애 말기에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려는 법의 의지를 보여준다.
심포지엄 결론: 연명의료 제도, ‘생명 존중’의 새 정의를 찾아야 한다
한국은행, 보험공단 전문가들은 연명의료 제도가 개인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삶을 마무리하도록 보완되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전문가들은 자기 결정권이 마지막까지 존중되도록 보장하는 정책적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사회적 관점에서 소외된 환자와 가족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사회가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명의료 결정은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마지막까지 지키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종 결론 및 정책 제언: ‘존엄 돌봄’ 패러다임으로 통합적 대전환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연명의료 결정 제도가 성공하려면, 두 가지 정책의 실행을 해야겠다.
첫째, 개인화된 의향서 도입을 서둘러 국민의 자기 결정권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의 POLST (Portable Orders for Life-Sustaining Treatment)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환자의 구체적인 의료 지시를 담아 현장에서 즉각적인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활동적 의료 지시서’ 형태다.
현채의 사전 의향서를 미국 POLST 제도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를 호스피스 서비스와 긴밀히 연결하는 통합적 생애말기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이다.
영국과 싱가포르의 사례처럼, 일차 의료기관 및 지역사회 중심의 연명의료 및 완화의료 상담을 의무화하여 의향서 작성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다.
그리고, 완화의료에 대한 재정적 인센티브를 강화하여 의료기관이 환자의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연명의료에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과 고통을 줄이는 것이 초고령 사회의 지속 가능한 의료와 인간 존엄성을 지키는 유일한 해법이다.

무의미한 연명 치료보다는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품위있는 죽음의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