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출산 대책이 콘돔 사용 제한?
13억 인구 신화의 몰락
인구 대국 중국, ‘0명대’ 위기를 코앞에 두다
고요한 연말의 국제 정세 속에서도, 동아시아의 심장부에서는 국운을 뒤흔드는 중국 저출산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압도적인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 지위를 누려왔다.
중국은 2023년 합계출산율이 1.0명대로 떨어지며 이미 인구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0.7명대 출산율을 기록 중인 한국보다는 다소 높다.
하지만, 중국 저출산은 한 자녀 정책의 유산과 경제적 모순이 결합하면서 중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중국 청년들이 출산을 외면하는 배경에는 과거의 정책적 유산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한 자녀 정책 하에 태어난 ‘소황제’ 세대는 이제 성인이 되어 부모 2명과 조부모 4명을 부양해야 하는 ‘6:1 부양 구조’라는 무거운 짐을 지게 되었다.
여기에 천문학적인 양육 비용과 심각한 청년 실업이 가세하면서, 젊은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개인의 삶을 포기해야 하는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다.
황당한 대책과 ‘피임과의 전쟁’ 선포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국 공산당은 뒤늦게 세 자녀 정책을 도입하고 현금 지원책을 내놓았으나, 그 효과는 미미하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피임 장치에 대한 규제 완화 기조를 뒤집은 조치다.
중국 정부는 저출산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콘돔을 포함한 피임기구에 13%의 부가가치세(VAT)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오랜 기간 동안 콘돔에 면세 혜택을 주어 출산을 억제해 왔던 정책을 180도 전환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정책이 실질적인 출산율 반등에는 기여하지 못하는 ‘황당한 해프닝’에 그칠 것이라 전망한다.
오히려 콘돔 가격 상승으로 인한 성병 예방 활동 위축 등 공중 보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 콘돔이 의료기기로 분류된다는 사실도 재조명되었다.
남성용 콘돔은 피임과 성병 예방이라는 의학적 목적으로 인해 한국과 중국 모두 의료기기로 분류되는데, 규제 강도에는 차이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콘돔 파손 시 중대성을 고려해 3등급 의료기기로 분류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은 상대적으로 낮은 2등급 의료기기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의 콘돔 수출 기업들인 유니더스, 한국라텍스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가운데, 중국의 갑작스러운 콘돔 세금 부과는 이들 기업에게도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인구 구조의 붕괴,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다
중국의 저출산은 단순히 내수 시장 위축을 넘어, 글로벌 경제 공급망의 근본적인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면서 중국의 임금이 상승하자, ‘가장 저렴한 생산 기지’라는 중국의 메리트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애플, 삼성 등 다국적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지정학적 리스크 분산을 위해 중국 외 다른 국가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생산 효율성이 높은 중국에서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 여러 국가로 공급망이 분산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의 물류 비용과 제조 원가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의 장기적 변수: 인구 우위
중국 저출산은 미·중 패권 경쟁에서 중국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생산성과 소비 동력이 동시에 약화되는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1.62명의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과 이민이라는 강력한 인구 유입 수단을 통해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 문제를 상당 부분 완충하고 있다.
이러한 인구 구조적 우위는 미국의 국력과 경제 성장 잠재력을 장기적으로 지탱하며, 중국에 대한 구조적 승리를 이끌어낼 가장 강력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 기업, 탈중국 공급망 재편에 적응하라
중국의 인구 감소는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China Plus One)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동남아시아에 구축된 생산 기지를 활용하여 공급망 재편의 수혜자가 될 기회가 있지만, 동시에 중국의 기술 추격이라는 위협에 직면했다.
정부 역시 ‘경제 안보’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공급망 안정화 기금(5조 원) 조성과 핵심 광물 자립화 전략 추진, 첨단 기술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 마련 등 선제적인 정책을 통해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있다.
중국 저출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재편의 시대는 한국 경제에 위험이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