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출처 : 한양대학교

한양학원 사태: 유동성 위기 파고에 선 ‘사학 운영권 매각설’

최근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중추를 담당하는 명문 사학, 한양대학교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한양학원을 둘러싼 충격적인 소식이 경제계와 교육계를 강타하고 있다.

바로 ‘재단 운영권 이전’ 또는 ‘사실상 매각’ 추진설이 제기된 것이다.

사립학교법상 학교법인의 매매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양학원이 직면한 심각한 유동성 위기, 특히 계열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부실이 문제가 된다.

이로 인해 한양학원 이사 선임권을 포함한 재단 운영 권한을 외부 자본에 넘기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양대학교 측은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임을 강력히 주장하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미 재정 확보를 위해 ‘알짜 자회사’로 불리던 한양증권의 지분을 대거 매각했던 전례와 맞물려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 사태는 단순히 한 대학 재단의 재정 문제를 넘어, 등록금 규제 속에서 수익 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국 사립대학 법인의 구조적 모순과 교육의 공공성 훼손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양대학교 건설 계열사 한양산업개발 PF 부실 쇼크

한양학원의 재정 건전성을 급격히 악화시킨 핵심 원인은 계열사인 한양산업개발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이어진 부동산 시장 경색이었다.

한양산업개발은 수년 전부터 공격적으로 부동산 PF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고금리 및 원자재값 상승,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겹치면서 대규모 미수채권과 손실이 발생했다.

이러한 건설 부문의 부실은 곧바로 모체인 한양학원의 재정 건전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학교법인은 원칙적으로 수익 사업의 잉여금을 학교 운영에 투입해야 하지만, 거꾸로 수익 사업의 부실이 법인 전체의 재무 건전성을 갉아먹는 블랙홀이 된 것이다.

이는 학교법인이 비전문적인 영역에 뛰어들어 학교의 공공성보다 수익 추구를 우선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를 현실로 보여주었다.

한양대학교 병원의 경영난 가중

건설 부문 외에도 재단 산하의 주요 교육기관인 한양대학교 병원의 경영 상황 악화 역시 재정 위기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상급종합병원을 운영하는 대학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병원의 이익을 바탕으로 교육 재정을 보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의료 환경 변화와 경쟁 심화 속에서 한양대병원의 의료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운영 효율성이 저하되면서, 오히려 법인 전체의 재정 부담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알짜’ 자회사 한양증권 매각: 벼랑 끝 자구 노력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되자 한양학원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그 첫 번째 조치가 바로 한양증권 지분 매각이었다.

한양증권은 증권업계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던 ‘알짜’ 자회사로 평가받았으나, 재단은 심각한 재정 압박 속에서 결국 2024년 지분 상당수를 처분했다.

이는 단기적인 자금 확보에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법인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스스로 해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핵심 자산 매각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해소되지 않자, 최종적으로 학교 운영의 근간인 ‘재단 운영권 이전’이라는 극단적인 카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15년 장기 침체: 등록금 규제의 늪

한국 사립대학 재정난의 가장 큰 원인은 장기간 지속된 등록금 동결 및 규제다.

정부는 2008년 ‘반값 등록금’ 논의가 본격화된 이후, 사실상 등록금 인상을 엄격하게 통제해왔다.

물가 상승과 대학교 교육 환경 개선에 필요한 투자 비용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립대학의 주 수입원인 등록금 수입은 10년 넘게 정체되거나 미미한 수준의 인상에 그치고 있다.

등록금 수입 정체는 곧 교육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

교수 충원 부족, 노후 시설 개선 지연, 첨단 연구 장비 도입의 어려움 등은 결국 학생들이 누려야 할 교육 서비스의 질 저하로 직결된다.

대학은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학생 수 확보에만 집중하게 되면서 교육 본질보다 생존을 우선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법인 전입금’의 허와 실: 대학 재정 불투명성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이 학교 운영 경비에 충당하기 위해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학교 회계에 전입(법인 전입금)하도록 규정한다.

이는 재단의 사회적 책무이자 대학 재정의 중요한 한 축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사립학교 법인은 법정 기준에 미달하는 법인 전입금을 학교 회계에 투입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한양학원처럼 수익 사업이 오히려 부실해질 경우 전입금은커녕 학교의 돈을 법인이 끌어다 쓰는 역전 현상마저 발생한다.

회계의 불투명성이 문제다.

법인 회계와 학교 회계가 명확히 분리되지 않고, 법인 재정의 운용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학교 법인의 부실이 어떻게 학교에 전가되는지를 학생과 교직원이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는 재단 운영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근본적인 요인이다.

‘수익용 기본재산’ 운용의 난맥상

사학 법인들은 재정 확충을 위해 수익용 기본재산을 운용하지만,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문성이 없는 상태에서 호텔, 건설,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곧 투기의 위험성을 내포하게 된다.

이 번 한양대학교 한양학원 사태가 대표적이다.

한양학원의 사례에서 보듯, 건설 계열사의 대규모 PF 부실은 수익용 자산 운용의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수익용 기본재산이 학교 운영의 보루가 아니라, 오히려 학교를 위기로 몰아넣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사립학교법 규정: 학교법인의 매매 금지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의 해산 및 재산 귀속에 대해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으며, 학교법인의 영리적 매매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교육 기관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이다.

따라서 한양학원 자체가 ‘팔린다’는 것은 법률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이사 선임권’ 이전이라는 우회로

그러나 시장에서 논의되는 ‘운영권 이전’은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학교법인 이사회의 구성원(이사)을 임명하는 권한, 즉 ‘이사 선임권’을 외부 자본이나 특정 주체에게 넘기는 형태를 취한다.

실질적 지배력 확보가 핵심이다.

이사회를 장악한다는 것은 곧 법인의 모든 중요 의사결정(예산, 재산 처분, 학교장 임명, 법인 정관 변경 등)을 통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외부 자본은 법인에 자금을 투입하는 대가로 이사 선임 권한을 확보하여 법인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것이 곧 ‘사실상 매각’으로 불리는 이유이다.

반면 영리 추구 위험성이 부각된다.

외부 투자자는 당연히 투자금 회수(Exit)를 목적으로 한다.

교육의 공공성이나 대학의 장기적인 발전보다 단기간 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학교와 재단을 운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사학의 영리화 논란을 재점화하고 교육 기관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

학교 측의 강력한 부인과 신뢰 문제

한양대학교 측은 ‘재단 매각은 사실무근’임을 공식적으로 천명하며 논란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미 한양증권 매각이라는 대규모 자구책이 시행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 위기의 심각성이 공론화된 이상, 학교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시장과 교육계의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투명한 정보 공개 없이 ‘부인’만 반복될 경우, 학교 구성원들과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워진다.

교육 공공성의 위협과 대학 영리화 우려

재단 운영권이 교육 전문성이 없는 외부 자본에 넘어갈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교육의 공공성 훼손이다.

투자금 회수를 위해 대학이 영리적 행태를 취할 수 있다.

바로 등록금 인상, 학과 통폐합, 교직원 구조조정 등이다.

외부 세력은 재정 확보를 명목으로 등록금 인상에 대한 압력을 강력하게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자본은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은 인문학, 기초과학 등의 학문을 축소하거나 통폐합하고, 단기적 수요가 높은 실용 학문에만 집중하여 대학의 균형 잡힌 학문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

교직원 구조조정도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쟁점이다.

외부 자본이 효율성 증대를 이유로 교직원 구조조정을 단행하여 고용 불안정을 초래하고 학내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다른 사립대학으로의 위기 전이 가능성

한양대학교의 주인 한양학원과 같이 수익 사업을 보유한 다른 사립대학 법인들도 잠재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만약 한양학원이 운영권 이전을 통해 성공적으로 재정 위기를 해소하는 사례를 남긴다면, 재정난을 겪는 다른 사학 법인들에게 ‘운영권 이전’이 손쉬운 해결책으로 인식되어 고등교육 시장의 영리화 및 매각 도미노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한국 고등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

대학 구성원의 불안정 심화

이번 사태는 재단이 야기한 문제의 결과가 결국 학생과 교직원, 동문 등 대학 구성원 전체에게 전가된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준다.

운영권 이전 논의 자체만으로도 대학 구성원들은 학교의 미래, 고용 안정성, 교육 환경 변화 등에 대한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대학 본연의 기능인 교육과 연구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다.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대안 및 과제

한양학원 사태를 계기로 한국 사립대학의 재정 건전성 확보와 공공성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1. 등록금 책정의 유연성 확보와 국가 재정 지원 확대

무조건적인 등록금 규제는 대학의 재정난을 심화시키고, 결국 수익 사업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한양대학교 와 같은 우수 사학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는 대학의 책무성(accountability)과 연계하여 등록금 책정의 유연성을 확보해 줄 필요가 있다.

동시에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필수적인 교육 투자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 고등교육 재정 지원을 OECD 평균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2. 학교법인 회계 투명성 강화 및 규제 강화

한양학원의 사례처럼 수익 사업 부실이 학교에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법인 회계의 투명성을 극단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법인 수익 사업의 분리 및 전문화를 제안한다.

학교법인이 교육과 무관한 고위험 수익 사업을 영위하는 것을 엄격히 규제하고, 수익 사업을 전담하는 전문 기구를 통해 수익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법인 전입금 기준 현실화 및 강제력 부여가 요구된다.

법정 기준에 미달하는 법인 전입금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법인 재정 악화 시 학교 재산 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3. 이사회 구성의 다변화 및 공익성 확보

한양대학교 운영권 이전 논란의 핵심인 이사회의 영리화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구성의 공익성을 강화해야 한다.

외부 투자가 이루어지더라도 교육 전문가, 학생, 지역사회 인사 등 공익 이사의 비율을 높여 특정 자본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한양대학교 가 던지는 고등교육의 미래 질문

한양대학교를 중심으로 발생한 이번 재단 위기는 단순히 한 대학의 위기를 넘어, 한국 고등교육 시스템 전반의 취약한 구조를 진단하게 한다.

한양대학교는 명문 사학으로서의 위상을 지켜내기 위해 재정 건전성 확보와 교육 공공성 수호라는 두 가지 숙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한양학원은 운영권 이전이라는 극단적인 선택 대신, 투명한 정보 공개와 함께 학교 구성원 및 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 역시 한양대학교 사태를 계기로 등록금 규제 완화와 국가 재정 지원 확대라는 쌍끌이 정책을 통해 한국 사립대학의 재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여, 교육의 공공성이 영리적 논리에 의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책임감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한양대학교 사태는 한국 고등교육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By 김도균 기자(dsajax0411@naver.com)

스카이메타뉴스 편집국장 김도균입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전) 한국산업은행 제1회 시험출신 행정사 (전)소비자경제신문 기자 (전)금융산업노조 한국산업은행지부 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