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쇼크 극복 위한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편 1호 모델 가동되다
26일,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미래를 건 중대한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롯데케미칼(주)과 HD현대케미칼(주) 간 기업결합 건에 대한 사전심사 신청을 공식적으로 접수하고 심사를 개시했다.
이 결합은 지난 8월부터 민관이 함께 추진 중인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편’의 제1호 사업재편 사례이다.
롯데케미칼, HD현대케미칼 기업결합 신청은 저수익 범용 설비의 과감한 정리와 효율성 극대화를 통해 ‘차이나 쇼크’로 인한 장기 불황을 극복하려는 생존 전략의 핵심이라고 평가된다.
기업결합의 핵심 구조와 전략적 목표
롯데케미칼 HD현대케미칼의 이번 기업결합은 양사의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 내 나프타분해설비(NCC)를 중심으로 하는 석유화학 제품 생산시설을 통합하여 운영 체제를 일원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롯데케미칼이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하여 신설법인을 설립하고 , 이후 이 분할신설법인은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HD현대케미칼이 존속하고 분할신설법인은 소멸된다.
최종적으로 롯데케미칼이 합병 법인 주식을 추가 취득하여,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합병 법인 지분을 각각 50%씩 동등하게 보유할 계획이다.
이 구조는 롯데케미칼의 비효율 설비 가동 중단을 포함한 실질적인 설비 감축을 의미한다.
롯데케미칼은 사업은 통합 운영 체제로 넘기는 대신 합작법인의 공동 경영권을 확보하여 재무 부담을 경감하고 지배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
궁극적으로 이 결합은 정유사(HD현대오일뱅크)의 원료 경쟁력과 롯데케미칼의 기술력을 통합하여 정유-석화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수천억 원 규모의 원가 및 고정비 절감을 실현함으로써 구조적인 위기를 돌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조조정의 배경: ‘NCC 중심’ 한국 석화의 위기 심화
롯데케미칼 HD현대케미칼이 이러한 이례적인 협력 모델을 들고나온 배경에는 중국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로 인한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업황 악화가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 충격으로 인해 한국 기업들의 주력 제품은 수출길이 막히고 저가 물량의 유입으로 수익성이 붕괴되었다.
특히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NCC 의존도가 높아, 저렴한 셰일가스(ECC) 등 타 원료 기반의 경쟁국 대비 원가 경쟁력이 취약해지면서 구조조정 압박이 커진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저수익의 대산 NCC 설비를 정리하고, HD현대오일뱅크와의 통합 운영 체제에 편입시키면서 손실 부담을 경감하는 동시에, 확보한 여력을 핵심 성장 동력(이차전지 소재, 첨단 소재 등)에 집중할 수 있는 투자 여력을 마련하고자 한다.
공정위 심사의 쟁점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에 대해 오늘 사전심사 신청을 접수하며 심사를 개시했으며 , 이 결합이 미칠 광범위한 영향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전심사는 기업결합을 하고자 하는 회사가 신고 기간 이전에 해당 기업결합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 여부에 대해 공정위에 심사를 요청하는 제도이다.
공정위는 이번 대기업들의 사업재편이 석유화학 산업의 전체 가치사슬(value chain), 인접시장 및 중소기업 등 거래상대방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더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심사는 중소기업 및 소비자 피해 예방 필요성, 그리고 국민경제적 측면의 효율성 증대효과 등을 균형 있게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산업 및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
공정위는 신속한 심사 진행을 위해 기업결합 사전심사 신청을 독려했으며, 기업들에게는 심사에 필요한 자료를 적시에 충실하게 제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롯데케미칼, HD현대케미칼의 이번 결합 모델은 NCC 통합이라는 선례를 제시하며, 향후 여수 등 다른 석유화학단지의 추가적인 자발적 구조조정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비효율성이 제거된 통합 법인은 수익성이 강화되어 지역 산업의 안정적 생존 기반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