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27일 기준금리 결정 앞두고 고민 증폭
사상 최대 해외 카드 사용액 vs. 제조업 심리 악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7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앞두고 환율 안정과 경기 부양이라는 상충된 목표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최근 한국은행이 연이어 발표한 조사 자료들은 한국 경제의 상반된 리스크를 명확하게 드러내면서,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에 상충되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하고 있으나, 이번 회의는 향후 통화 정책의 ‘방향 전환(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금융 안정 압력: “달러 수요 구조화”와 환율 불안
가장 강력하게 금리 인하를 막고 동결 압력을 가하는 요인은 외환 시장의 불안정과 이에 따른 금융 안정 리스크다.
특히 금통위는 통화 정책의 제약 속에서 급등하는 환율을 어떻게 통제할지 고심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5년 3/4분기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금액은 59.3억 달러로 집계되며 분기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해외여행 수요 증가에 따른 구조적인 외화(달러) 수요 증가가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까지 치솟자 정부가 국민연금까지 포함한 ‘4자 협의체’를 구성하며 환율 안정에 나선 배경에는 이처럼 만성적인 달러 수요 증가가 자리 잡고 있다.
금통위가 현 시점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더욱 확대되어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자본 유출이 가속화될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이러한 금융 안정 부담은 금통위가 금리 인하 카드를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가 된다.
경기 하방 압력: 제조업 침체와 비용 부담
반면, 2025년 11월 기업경기조사 결과(CBSI)는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회복 지원 필요성에 힘을 싣는다.
11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2.1로 여전히 장기 평균(100)을 크게 밑돌며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비관적인 상태임을 보여주었다.
특히, 수출 경제의 주축인 제조업의 12월 전망 CBSI는 전월 대비 0.9p 하락하며, 수출 회복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기업 심리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기업들은 가장 큰 경영 애로사항으로 여전히 내수 부진을 꼽았으며, 여기에 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 심화가 뒤를 이었다.
이는 고환율이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이로 인해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어 다시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최근 충남 5위권 건설업체가 당좌거래가 정지되었다.
화장품 업체 참존은 21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금통위는 이러한 경기 하방 리스크를 외면하기 어렵다.
금통위, 동결 속 ‘정책 공조’ 메시지 강조할 듯
이처럼 물가와 금융 안정을 위협하는 환율 불안과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금리 인하 압력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금통위는 내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회의의 핵심은 ‘동결’ 자체보다 향후 통화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힌트가 될 것이다.
금통위는 환율 및 물가 리스크에 대한 강력한 경계심을 표명하는 동시에, 내수 부진을 반영하여 향후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는 조건을 신중하게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 파생상품 고위 전문가는 “금통위는 최근 고환율 상황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산업은행 부지점장은 “수도권 집값 상승 등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다”고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했다.
또한, 환율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통화 정책의 한계가 명확하므로, 정부의 재정 및 외환 정책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수적임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내일 회의는 2025년의 거시 경제 정책 방향을 최종적으로 매듭짓는 자리가 되는 만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