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직원이 세계 최대 송전 용량인 500kV급 HVDC 케이블이 투입되는 ‘동해안-신가평’ 시공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출처 : LS전선

전선 산업의 낮은 이익률을 넘어 41조 원 시장 독주 체제를 구축하다

LS전선의 기술적 쾌거와 국가 전력망의 새로운 시대

LS전선 이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발주한 국내 최대 규모의 송전망 구축 사업인 ‘동해안-신가평’ HVDC (초고압직류송전) 프로젝트 공사에 본격 착수했다고 24일 공개했다.

LS전선 HVDC 착공 소식은 단순한 수주 계약을 넘어, LS전선이 글로벌 에너지 전환 시장의 핵심 기술 리더로 확고히 자리매김했음을 시사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의미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500kV 90°C(고온형) HVDC 케이블을 적용했다는 사실이다.

이 케이블은 기존 70°C 제품보다 도체 허용 온도를 높여 송전 용량을 최대 50%까지 늘릴 수 있는 혁신적인 고사양 제품이다.

LS전선은 지난 6월 한전의 사전적격심사(PQ)를 통과하며 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HVDC 기술은 교류(HVAC) 대비 송전 손실이 적어 장거리 및 대용량 전력 전송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며, 전 세계적인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확충과 국가 간 전력망 연계(슈퍼그리드)의 핵심이다.

관련 글로벌 시장은 2030년 약 41조 원 규모로 폭발적인 성장이 전망되며, LS전선은 이 거대 시장의 기술적 선두를 선점함으로써 대한민국 전선 산업의 미래를 이끌고 있다.

호반그룹의 대한전선도 HVDC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LS전선을 추격하고 있다.

동해안의 송전 제약 문제와 HVDC의 필요성

‘동해안-신가평’ 구간은 동해 발전 전력을 수도권으로 전송하는 ‘동해안-수도권’ 프로젝트의 1단계 사업이다.

이 사업이 국가 전력 수급 안정성을 강화하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되는 배경에는 동해안 지역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

동해안 지역(경북 울진, 강원 삼척·강릉 등)에는 신한울 원자력 발전소와 다수의 대규모 석탄 화력발전소 등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기저(基底) 발전 설비가 밀집되어 있다.

이 지역의 총 발전 용량은 약 16.5GW에 달하지만, 수도권으로 전력을 수송하는 기존 송전망 용량은 11.0GW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러한 송전망 용량 부족으로 인해 약 5.5GW의 전력이 생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으로 송전되지 못하고 발전 출력이 강제로 제한되는 송전 제약(계통 제약)이 상시적으로 발생한다.

이는 전기를 만들고도 팔지 못하는 막대한 국가적 비효율과 발전소 운영의 경영 위기를 초래한다.

LS전선이 공급하는 HVDC는 장거리 송전 손실을 최소화하며 동해안의 대규모 잉여 전력을 전력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으로 끌어올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을 제시한다.

인공지능 시대 신가평의 역할과 전력망 관문

이 사업의 발주처는 한국전력공사이며, 종착지인 신가평은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다.

신가평에는 동해안에서 직류 전력으로 전송받은 초고압 전력을 수도권의 기존 전력망(교류)에 맞게 변환하는 변환소가 자리 잡아 수도권 전력 수급의 핵심 관문 기능을 담당한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등 첨단 시설의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도권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필수적인 장기 인프라 투자이다.

전선 산업 낮은 영업이익률에 대한 오해

전선 산업이 영업이익률이 3~4%대로 낮게 형성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산업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전선 가격의 60~70%는 구리(동) 등 원자재 가격이 차지한다.

대부분의 대형 프로젝트는 원자재 가격 변동분을 납품 가격에 자동으로 반영하는 동가 연동제를 적용한다.

구리값이 오르면 매출액과 매출원가가 동시에 상승하기 때문에, 매출 규모는 커져도 영업이익률은 구조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무른다.

이 낮은 이익률은 곧 원가 변동 리스크를 고객에게 전가하여 수익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전선 산업의 핵심 방어 수단이다.

따라서 HVDC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 확대는 이 구조적 한계를 넘어 전체 OPM을 개선하는 중요한 전략적 목표가 된다.

환율 및 원자재 리스크 관리 전략

전선 제조의 핵심 원자재는 국제 LME 시세를 따르므로 달러를 기준으로 거래되며, 한국 전선 기업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로 인해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로 환산되는 수입 원가가 증가하여 매출원가 상승 압력이 발생하는 구조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24일 서울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의 고환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이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상쇄하는 구조를 갖추었다.

첫째, 매출의 5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한다.

환율 상승 시 해외에서 수령하는 달러화 매출 대금이 원화로 환전되면서 매출액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하며, 이 수출 매출 증가 효과가 수입 원가 상승 압력을 상당 부분 상쇄한다.

둘째, 적극적인 환헤지 전략을 통해 선물환 계약 등 금융 기법으로 환율 변동의 위험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순이익의 변동성을 최소화한다.

그러나 환율이 1500원대 이상으로 상승하면 이들의 환헤지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세계 최고 HVDC 기술력과 독점적 레퍼런스

전체 전선 시장의 매출액 규모는 이탈리아의 프리즈미안, 프랑스의 넥상스, 일본의 스미토모 등 선진국 기업들이 선두를 차지한다.

그러나 LS전선은 이들보다 기술적으로 앞선 500kV 90°C 고온형 HVDC 케이블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함으로써, 미래 시장 경쟁력에서는 이들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LS전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저 및 지중 HVDC 사업 수행 경험을 보유하며, 이번 ‘동해안-신가평’ 사업 역시 전 구간을 단독 공급하는 등 독점적인 국내 레퍼런스를 확보한다.

이 강력한 실적은 글로벌 시장 수주 경쟁에서 기술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증명하는 핵심 무기가 된다.

LS전선, 대한전선의 HVDC 경쟁 구도

대한민국 전선 산업은 LS전선과 대한전선이라는 두 거대 기업이 HVDC 및 초고압 시장을 이끌고 있다.

LS전선은 국내 독점적 레퍼런스와 세계 최초 상용화 기술을 바탕으로 HVDC 시장의 기술적 선두 주자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다진다.

대한전선은 500kV급 초고압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후발 주자로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LS전선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특히 해저 케이블 분야에서는 충남 당진에 2공장을 건설하는 등 공격적인 생산 능력 확충을 통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이 두 회사는 국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유럽과 일본의 선두 기업들과 맞서 대한민국 전선 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의 경쟁은 기술 혁신과 생산 효율을 높이는 원동력이 되어 한국이 HVDC라는 핵심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권을 유지하는 기반이 된다.

LS전선 HVDC 향후 전망

LS전선의 ‘동해안-신가평’ HVDC 사업 착공은 대한민국 전선 산업이 기존의 저마진 경쟁 구조를 넘어, HVDC라는 첨단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획득했음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신호탄이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고온형 HVDC 케이블 기술은 LS전선이 유럽의 경쟁사들보다 기술적으로 한 발 앞서 있다는 명확한 증거이다.

국내 HVDC 시장에서의 독점적인 레퍼런스와 기술력은 향후 41조 원 규모로 성장할 글로벌 HVDC 및 해저 케이블 시장에서 강력한 수주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며 이 메가 트렌드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다.

한국 전선 산업은 안정적인 이익 구조와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을 동시에 갖추며 글로벌 리더십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호반그룹도 최근 대법원 판결이 나와 사법리스크 불확실성이 해소되었다.

호반그룹의 대한전선이 LS전선과의 HVDC 경쟁에서 유리한 준비는 갖추게 되었다.

By 김도균 기자

스카이메타뉴스 편집국장 김도균입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한국산업은행 제1회 시험출신 행정사 (전)소비자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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