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존을지타워 전경, 출처 : 더존비즈온

EQT, 글로벌 성장의 기회인가? PEF의 그림자인가?

창업자의 뚝심과 퇴장: 김용우 회장, 왜 매각을 선택했나?

ERP 전문 더존비즈온 이 글로벌 사모펀드 EQT 에 인수되는 중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 소프트웨어(SW) 시장을 개척하고 더존비즈온 을 견실한 ICT 기업으로 키워낸 창업자 김용우 회장.

김용우 회장은 경영권을 글로벌 초대형 사모펀드(PEF) EQT 파트너스에 매각하는 중이다.

더존비즈온 매각 과정은 한국 중견 기업이 직면한 숙명적인 과제를 드러낸다.

김용우 회장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 출신으로 전산 비전공자였음에도 불구하고 2003년 ERP 전문 기업 더존다스를 설립하며 IT 산업에 매진해 온 입지적인 인물이다.

김 회장은 전자신문사 회장도 겸하고 있다.

1961년생 소띠인 김회장의 우직하고 끈기 있는 경영 스타일은 2024년 연간 연결 기준 매출액 4,023억 원과 영업이익 881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으로 결실을 맺었다.

더존비즈온의 2024년 영업이익률은 21.7%에 달하며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 기업(SaaS)의 높은 수익성을 입증했다.

이처럼 회사가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이 경영권 매각을 결단한 배경에는 ‘가업 상속 문제’와 ‘글로벌 확장이라는 과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높은 상속세율은 IT 벤처 1세대 창업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여, 기업의 가치가 클수록 상속세 규모는 막대해진다.

김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권을 넘기는 대신 현금을 확보하여 가족의 재산을 안정화하고 복잡한 상속 문제에서 벗어나려는 현실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더존비즈온이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아직 존재감이 없다.

그런 만큼, 김 회장은 EQT파트너스가 가진 막대한 자본력과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더존비즈온을 국내용 기업에서 벗어나 글로벌 SW 기업으로 도약시키려는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매각을 추진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거대 자본, EQT파트너스의 야망과 그림자

더존비즈온의 새로운 최대주주가 된 EQT파트너스는 스웨덴에 본사를 둔 유럽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이며, 운용자산(AUM) 규모가 수백조 원에 달하는 거대 자본이다.

이들은 더존비즈온의 지분 약 34.85%를 확보하며 경영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EQT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인수하여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가치를 극대화한 후, 통상 3년에서 7년 후 매각하여 수익을 얻는 전략을 취한다.

EQT의 글로벌 투자 사례와 전략

EQT는 기술(Tech), 헬스케어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분야를 선호하며, 인수한 기업을 자사가 투자한 다른 해외 기업과 연결하여 시너지를 창출하거나 선진적인 글로벌 경영 기법을 이식해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사용한다.

Diagram of Financing Life Cycle, 출처 : 게티이미지

EQT는 IT 분야에서 독일의 소프트웨어 기업 ‘슈나이더 그룹(SUSE)’을 인수하여 성장시킨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있다.

EQT는 슈나이더의 리눅스 기반 SW 기술력에 집중 투자하여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후 성공적으로 매각하며 기술 기업 투자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덴마크의 제약 서비스 기업 ‘페링(Ferring)’ 등 혁신적인 생명과학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등 더존비즈온의 ‘의료 AI 혁신’ 비전에 관심을 가지는 배경이 될 만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PEF의 ‘먹튀’ 논란과 책임감의 문제

EQT와 같은 해외 PEF는 투자 기간의 압박으로 인해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보다는 단기적인 재무 성과 개선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들의 경영 참여는 늘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다.

최근에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사태를 일으키며 사회 문제가 된 사례가 있다.

금융당국은 연말에 MBK에 대해 행정 제재를 처분할 가능성이 있다.

PEF는 기업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켜 인수 비용을 충당하는 차입매수(LBO) 방식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인수된 기업에 막대한 부채를 떠넘겨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또한, 이들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인수 직후 기업의 현금을 끌어다 고액의 배당을 실시한다.

사모펀드의 이런 행태는 회사의 미래 투자 여력을 감소시키고 고용 불안정을 야기하여 ‘먹튀’ 비판을 받는 주요 원인이 된다.

MBK파트너스도 홈플러스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자 회사를 살리기보다는 기습적으로 기업회생 신청을 한 바 있다.

EQT가 단기 차익의 유혹을 뿌리치고 더존비즈온의 글로벌 성장에 필요한 장기적인 R&D 투자를 이어갈지는 앞으로 한국 ICT 업계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미래를 향한 선언: AI 에이전트 기반 의료 AX 혁신

이러한 경영권 변동기에 더존비즈온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AI 전략을 시장에 제시했다.

더존비즈온은 대한의료정보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 기반의 의료 혁신 비전을 21일 공개하며 AI 전환(AX) 가속화를 선언했다.

핵심 플랫폼: ONE AI CUBE와 실질적인 활용

더존비즈온이 선보이는 핵심은 ONE AI CUBE라는 AI 에이전트 혁신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병원 내외부의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하여 지식과 업무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ONE AI CUBE를 기반으로 한 AI 에이전트들은 의료 현장의 구체적인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의료기관 행정지원 AI 에이전트는 IRB/DRB 심의 신청서를 각 기관 매뉴얼을 기반으로 자동 작성한다.

삭감 방지 AI 에이전트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수가 삭감을 예방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임상의사결정지원 AI 에이전트는 환자의 임상 정보와 표준치료지침을 통합 분석하여 의료진의 의사결정을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지원한다.

더존비즈온은 이러한 AI 에이전트들을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에 등록하여 공유 및 구독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는 의료기관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개방형 의료 AI 생태계로 확장한다는 청사진이다.

이러한 솔루션은 병원의 경영진과 IT 부서의 비용 절감 및 효율성 증대를 목표로 하기에, 불법적인 리베이트가 아닌 솔루션의 기술적 가치와 정당한 계약을 통해 시장에 안착하는 것이 경쟁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더존비즈온의 의료 서비스가 보수적인 의사 집단에서 성공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전환기의 융합과 성장

현재 더존비즈온은 김용우 회장이 여전히 대표이사직을 맡아 경영을 주도하고 있지만,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 EQT의 경영 전략과 목표가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김용우 회장이 일궈낸 견실한 기반과 혁신 비전 위에, EQT라는 글로벌 PEF의 막대한 자본력과 네트워크가 더해져 더존비즈온이 글로벌 ICT 기업으로 도약할지, 아니면 PEF의 단기 차익 실현 전략에 희생될지는 앞으로의 몇 년간 EQT의 행보에 달려 있다.

EQT가 단기 차익의 유혹을 뿌리치고 더존비즈온을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이끌어낸다면, 이는 한국 ICT 기업의 새로운 성공 모델이 될 것이다.

By 김도균 기자

스카이메타뉴스 편집국장 김도균입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한국산업은행 제1회 시험출신 행정사 (전)소비자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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