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 당사자인 한국은행 전경, 출처 : 스카이메타뉴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나들며 고환율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5년 9월 국제수지(잠정)」 통계는 경상수지 흑자 속 고환율 의 이중적인 현실을 드러냈다.

9월 경상수지는 134.7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대외 건전성을 과시했지만, 이 흑자 속에서도 환율 불안정이 해소되지 않는 ‘고환율 미스터리’가 지속된다.

그 이면에는 대규모 자본 유출 동향과 구조적인 대외 투자 약속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장밋빛 흑자 속의 환율 딜레마’는 글로벌 헤지펀드의 매크로 전략과 맞물려 더욱 심화되고 있다.

또한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의 환율 방어 수단을 둘러싼 ‘환율 조작국 감시’ 논란까지 재점화하고 있다.

9월 국제수지 분석: 상품수지 폭발과 금융계정의 역설

경상수지 흑자 속 고환율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제수지표의 두 축, 즉 경상수지와 금융계정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2025년 9월 경상수지 134.7억 달러 흑자라는 기록적인 수치는 주로 상품수지의 폭발적인 실적에 힘입은 결과이다.

9월 상품 수출액은 672.7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9.6% 증가했고, 수입은 530.2억 달러로 4.5% 증가하며 142.4억 달러의 흑자를 달성했다.

이는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기 회복 속에서 주력 품목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수출은 통관 기준으로도 659.3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12.6% 증가하며 강세를 보였다.

특히 반도체(167.9억 달러, 22.1% 증가)와 선박(27.7억 달러, 23.8% 증가)이 수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또한,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29.6억 달러 흑자를 나타내 흑자 규모를 뒷받침했다.

다만, 여행, 기타사업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수지는 33.2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만성적인 취약성을 드러냈다.

경상수지 흑자는 이론적으로 국내로 달러 공급을 늘려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해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환율 압력의 근원은 경상수지 흑자와 달리 금융계정에서 찾을 수 있다.

9월 금융계정은 129.0억 달러의 순자산 증가를 기록했는데, 국제수지 기준에서 금융계정의 순자산 증가는 ‘자본 순유출’을 의미한다.

즉, 국내 거주자의 해외 투자가 외국인의 국내 투자보다 많아, 외환 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원화 수요를 초과했음을 의미하며, 이는 환율 상승 압력으로 직결된다.

이 자본 순유출은 증권투자가 주도했는데, 내국인(거주자)의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111.9억 달러 크게 증가했다.

반면, 외국인 국내투자는 주식과 채권을 합해 90.8억 달러 증가에 그쳤다.

특히 국내 기관 및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리고 대미 무역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대미 압력 완화를 위해 매년 200억 달러 규모의 현금을 미국 자산에 투자하기로 한 ‘현금 투자 약속’ 또한 환율 상승 배경으로 작용한다.

경상수지로 벌어들인 달러가 금융계정을 통해 다시 해외로 유출되는 ‘달러 순유출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글로벌 헤지펀드의 공세와 ‘매크로 베팅’ 의혹…흑자 속 고환율 의 원인?

흑자 속 고환율 현상을 심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만성적인 달러 수요와 더불어, 최근 환율 급등세 뒤에 숨겨진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단기 투기 전략이 강력하게 의심된다는 점이다.

이들 역외 세력은 NDF(차액결제선물환) 시장을 중심으로 미국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달러 초강세와 원화의 취약성을 결합한 매크로 전략에 베팅한다.

특히 한국 경제의 높은 대외 의존도와 상대적으로 작은 외환 시장 규모를 노려, 1,400원대 후반 등 특정 환율 레벨을 돌파할 때 발생하는 투기성 환차익을 노려, 시장의 쏠림 현상을 부추기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헤지펀드 매크로 전략 공세에 맞서, 금융 당국은 한국은행-국민연금 외환 스와프와 전략적 환헤지라는 ‘양면 방어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두 수단 모두 단기적으로는 환율의 급격한 상승을 막고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외환 스와프는 국민연금의 달러 매수 수요를 시장 밖으로 격리시켜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한다.

전략적 환헤지는 국민연금의 달러 매도 포지션을 통해 시장에 간접적으로 달러 공급을 증가시켜 환율 하락 압력을 유발한다.

이 개입 수단들은 외환보유액의 직접 소진 없이 환율 상승 방어의 실리를 챙기는 정책으로 분석된다.

환율 방어의 딜레마: 수출 이익과 ‘조작국’ 감시의 충돌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의 외환스왑은 미국의 환율 조작국 재지정 리스크를 부각했다.

한국은행 외환관련 모 팀장은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의 외환스왑은 미국 상품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오히려 이 금융 거래가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이 방어 행위가 가진 ‘간접 개입의 투명성’과 ‘연기금 독립성’이라는 두 가지 딜레마를 지적한다.

미국 재무부는 환율 방어 명분으로 사용되는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를 외환보유액 투입을 피하기 위한 ‘우회적 개입 수단’으로 해석하며 지속적으로 감시한다.

이는 환율 정책의 투명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더욱이 국민연금의 환헤지 전략은 환율 상승 시 얻을 수 있는 장기적인 환차익(잠재적 수익)을 포기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연기금의 수익률 극대화라는 본연의 임무가 단기적인 국가 정책 목표에 의해 희생될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이러한 단기적 개입이 국민연금의 만성적인 달러 수요를 해결하지 못하고 장기적으로는 환율 상승 압력을 누적시킬 수 있다는 역설적인 비판도 제기된다.

즉, 당국의 개입이 환율 급등을 막는 하락 효과를 낳음에도 불구하고, 그 개입의 존재 자체가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를 부추겨 장기적으로는 환율 상단을 높이는 구조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흑자 속 고환율 딜레마의 지속

9월 경상수지 흑자 발표는 한국 경제의 단기적인 대외 결제 능력을 확인시켜 주었지만, 대규모 자본 유출을 동반하는 금융계정 구조가 원/달러 환율에 대한 만성적인 상승 압력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의 구조적 해외 투자와 대미 현금 투자 약속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달러 수요는 환율 안정의 근본적인 걸림돌로 작용한다.

금융 당국은 이 압력에 맞서 국민연금을 통한 ‘수요 관리(스와프)’ 및 ‘공급 확대(환헤지)’라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략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압력과 연금 재정의 약화라는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By 김도균 기자

스카이메타뉴스 편집국장 김도균입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한국산업은행 제1회 시험출신 행정사 (전)소비자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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