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파셔 함락이 예고하는 국가 해체
10월 26일 수단 신속지원군(RSF)은 엘 파셔 를 함락했다.
엘 파셔 함락은 수단 내전이 단일 국가로의 통합보다는 국가 분열이라는 장기 시나리오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비극적인 군사적 패배는 수단이 사실상 두 개의 통치 영역으로 나뉘는 미래를 예고한다.
내전이 종식되더라도, 정규군(SAF)과 신속지원군(RSF)이 장악한 지역은 이미 각기 다른 통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SAF 통제 지역인 동부와 홍해 연안은 포트수단(Port Sudan)을 중심으로 비교적 안정된 중앙 정부 형태를 유지하며 외교 및 무역을 관장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RSF가 장악한 다르푸르와 코르도판 지역은 막대한 금(金) 자원과 지역 민병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사실상의 준(準)국가 체제를 구축하려 할 것이다.
RSF의 사령관 헤메티는 이 지역에서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공고히 하려 들 것이다.
만약 휴전이 이루어진다면, 유엔이나 아프리카 연합(AU)의 평화유지군(PKF)이 양측의 충돌을 막는 ‘완충 역할’을 수행하게 될 수 있다.
이는 사실상 두 세력 간의 경계선을 국제적으로 공인하는 결과를 낳아, ‘두 개의 수단’으로의 분리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수단의 주요 갈등 원인이었던 금, 석유, 농지 등의 자원 분배 문제가 휴전 후에도 지속적인 분쟁의 씨앗이 될 것이다.
지정학적 금고와 외부 개입의 메커니즘
수단 내전은 이제 금(Gold) 자원과 홍해 접근권이라는 명확한 지정학적 이익에 따라 외부 세력의 지원을 받고 장기화되고 있다.
러시아는 와그너 그룹(현재 ‘아프리카 군단’으로 재편)을 통해 RSF와 긴밀하게 협력해 왔으며, 이는 RSF의 금 채굴 및 밀수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를 형성했다.
이 금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금융 제재를 회피하는 러시아의 비공식 금고 역할을 한다.
동시에 러시아는 정규군(SAF)과도 관계를 완전히 끊지 않고 홍해 연안의 해군 군수 지원 기지 건설이라는 장기적인 전략 목표를 추진하며 양쪽 군벌 모두를 아우르는 전략적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는 서방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아프리카에서 발판을 굳히려는 러시아의 현실적인 지정학적 외교이다.
반면, 중국은 수단의 주요 석유 및 인프라 투자국으로서 막대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처럼 노골적인 군사적 지원 대신 ‘불간섭 원칙’을 철저히 고수한다.
중국은 어느 한 군벌의 승리가 아닌, 안정적인 투자 환경의 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하며, 유엔 안보리 등에서 휴전과 대화를 촉구하는 조심스러운 외교를 펼치고 있다.
대한민국의 외교적 도전과 구호 혁신
국가 분열 위기에 직면한 수단 사태는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인 대한민국에 복합적인 외교적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외교부는 9월 4일 수단 인도적 지원을 위해 유엔세계식량계획에 7백만달러를 지원한 바 있다.
기존의 중재 노력이 실패한 상황에서, 외교적 노력은 군벌의 전쟁 자금줄을 차단하는 데 집중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유엔 안보리 내에서 ‘수단 금 추적 연합’ 창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RSF의 금 밀수 네트워크와 관련된 외국 기업 및 중개인에 대한 금융 제재 결의안 채택을 주도하는 등 ‘경제적 압박 외교’를 펼칠 수 있다.
또한, 전쟁으로 중앙 정부 기능이 마비된 상황에서는 기존의 대형 구호 채널 대신, 현지 자생 단체와의 직접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응급대응실(ERRs)…혁신적 지원 모델
대한민국은 응급대응실(ERRs)과 같은 현지 조직에 대한 기술적 지원, 투명한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인도적 지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ERRs는 무장 세력의 위협을 피해 보트 엔진을 끄고 노를 저어 대피시키는 ‘무동력 대피 작전’이나, 약국을 통째로 구매해 약을 제공하는 ‘탈(脫)관료적 구호’를 통해 현장 중심의 혁신적 지원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엘 파셔 함락은 수단이 되돌릴 수 없는 분열의 길로 들어섰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국제 사회는 이 비극적인 장기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단순한 인도적 구호를 넘어 군벌의 재정 기반을 겨냥하는 혁신적이고 단호한 외교 전략을 구사해야 할 윤리적 책임을 지고 있다.

엘 파셔 함락은 수단 내전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이는 시그널인 바, 선량한 양민들의 피해가 최소화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