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동북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수단에서 군부(SAF)와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간의 수단 내전 이 장기화되면서, 분쟁의 핵심 동력으로 금광 자원이 부상하고 있다.
2023년 4월 수단 내전 발발 이후 2년 차에 접어든 이른바 ‘황금 전쟁’은 전쟁 당사자들에게 천문학적인 자금을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 글로벌 금값의 사상 최고치 경신과 맞물려 국제 시장에 ‘분쟁 금(Conflict Gold)’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의 광범위한 경제적 접근과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를 통한 광물·인프라 투자가 수단 사태의 지정학적 복잡성을 한층 더하고 있다.
수단…황금 부국
수단은 남아프리카공화국, 가나와 함께 아프리카 주요 금 생산국으로 꼽힌다.
2011년 남수단이 분리된 이후 석유 수입원을 잃은 수단에게 금은 국가 경제와 외화 수입의 핵심이 됐다.
수단 지질연구청에 따르면, 확인된 금 매장량은 533톤, 잠재 매장량은 1,100톤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는 세계 금 시장에서 수단이 장기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내전 이후에도 수단의 공식 금 생산량은 2024년 64톤을 기록하며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전쟁으로 생계를 잃은 주민들이 영세 수공업 금 채굴(ASGM)에 대거 유입된 결과다.
현재 금 생산의 80% 이상이 이 비공식 채굴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밀수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된다.
이러한 비공식 금 거래는 전쟁 당사자들이 정부의 감시를 피해 자금을 확보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2023년 4월, 수단군 총사령관 압델 파타 알-부르한과 RSF 사령관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일명 헤메티)의 권력 다툼으로 촉발된 내전은 금광 통제권을 둘러싼 전쟁으로 번졌다.
RSF는 다르푸르, 서부 코르도판 등 주요 금 생산 지역을 장악하고 있으며, 채굴된 금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무역 허브를 거쳐 무기와 드론 구매 자금으로 전용되고 있다.
러시아의 ‘아프리카 군단’(구 바그너 그룹)도 RSF의 금광 운영과 밀수 경로 확보에 관여하며 자금 흐름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수단 정부군은 나일강 주와 홍해 주 일대의 금 생산을 통해 이집트, 이란 등과 군사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금 시세 상승 추세
2024년 이후 국제 금값은 지정학적 불안과 인플레이션 회피 수요로 인해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승세는 수단산 금의 밀수 마진을 크게 늘려 내전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수단에서 생산되는 금의 상당 부분이 비공식 경로로 국제 시장에 유입될 경우, 이는 윤리적 공급망(Ethical Sourcing)의 신뢰성을 무너뜨리고 글로벌 금 시장의 투명성을 훼손한다.
높은 금값은 전쟁 자금 조달을 촉진하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금이 안전 자산으로 인식되는 동시에 분쟁의 연료로 작용하는 모순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일대일로 거점
수단은 또한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서 중요한 거점이다.
중국은 수단 정부군에 드론과 군사 장비를 공급해 왔으며, 내전 중에도 중국 기업과 새로운 채굴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금을 통한 외화 확보와 자원 통제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표면적으로 ‘내정 불간섭’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나, 막대한 경제적 이해관계로 인해 단순한 방관자로 남아 있지 않다.
인프라 투자와 무기 공급을 병행하면서 SAF의 전쟁 수행 능력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제 사회의 과제는 분쟁 금의 유통 차단이다.
특히 UAE 등 주요 수입국에 대한 거래 투명성 강화를 추진하고, 금 거래의 추적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유엔과 아프리카연합(AU), 그리고 중국 등 수단의 주요 교역 파트너들이 금 자원의 불법 유출을 차단하고 인도주의적 지원에 협력하는 다자 공조도 필요하다.
수단의 금광은 평화가 정착된 이후 국가 재건의 핵심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국제 금값 상승과 전쟁 자금의 악순환 속에서, 오히려 인도적 위기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