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토론회 사진 (좌측부터 고경철 한국은행 전자금융팀장, 최승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성진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장,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도종록 기획재정부 외환제도과장, 백상태 한국예탁결제원 ESG전략본부장), 출처 : 스카이메타뉴스

김도균 기자

자본시장연구원이 23일 금융투자협회 3층 불스홀에서 주최한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한국형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방향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한국예탁결제원,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각 기관의 입장을 밝혔다. 전 세계 주요국들이 지니어스 법 등 이미 제도화 프레임을 마련해 운영 중인 가운데, 한국도 뒤늦게 제도적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발제를 맡은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 유럽연합 등 주요국의 입법 사례를 제시하며,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금융안정과 투자자 보호, 자금세탁 방지 등 다양한 정책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제도 도입에 있어 준비자산 유지, 검증, 회계감사, 환급 등 1:1 기준을 중심으로 하는 제도 설계를 강조했다.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공백 문제도 지적하며, 국내 유통 시 손실보전 의무 및 사전 공시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민간 주도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기 위해 등록제, 회계 감사, 사고 발생 시 긴급 회수 매커니즘 등을 포함한 관리 방안을 제안했다.

통화정책·외환거래·투자자 보호…스테이블코인 규제 해법 모색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사회를 맡아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예탁결제원, 기획재정부, 로스쿨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과 동향을 이야기 했다.

김성진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장은 올해 하반기 내 가상자산법 입법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부터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입법 검토에 착수했으며, 복수의 국회의원 발의안을 반영해 금융위 안을 정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음에도 실질적인 이용자 보호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규율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STO 제도 정비와 관련해서는 증권형과 비증권형 가상자산을 분리해 투트랙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비증권형에는 이용자 보호 중심 정책을 우선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고경철 전자금융팀장은 스테이블코인이 민간에서 발행되고 운용되는 구조 자체가 통화량과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광의의 통화로 볼 수 있으며, 발행자가 준비자산을 운용하면서 시뇨리지를 취하는 구조는 통화 주권과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발행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면서 상환보다 발행량이 늘어나 금융시장 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총발행량 제한과 운용 투명성 확보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승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있어 진입 규제와 행위 규제를 구분해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가제를 통해 당국이 정책적 판단과 조건부 인가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어야 하며, 내부통제 기준, 감사 주기 단축 등 발행 규모에 따른 가중 규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외환거래 측면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이 대외지급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외환거래법 규율 대상이 되어야 하며, 외환전산망을 통한 포착과 긴급조치 수단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비수탁형 개인지갑 등록제 도입, 인터폴 중심의 국제 공조도 제안했다.

백상태 한국예탁결제원 ESG전략본부장은 지급준비자산의 실효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T-bill을 활용해 단기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으나, 한국은 단기 국채가 부재하고 RP나 역RP는 담보 재사용이 가능한 구조여서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담보 재사용 금지와 같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며, 증권결제 시스템인 BOK-Wire와 연계해 증권형 스테이블코인 실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MMF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블랙록이 발행한 ‘버들(BUIDL)’ 사례를 언급하며, STO 결제 시스템을 포함한 국내 금융인프라 전반의 디지털화를 촉구했다.

기획재정부 도종록 외환제도과장은 스테이블코인이 수출 대금이나 해외송금에 사용될 경우, 이를 대외지급수단으로 인정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아직 정부 내에서도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외환거래법상 자산으로서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가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 간 거래에서 어떤 위치를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토론회는 정부 부처와 연구기관, 업계 및 학계가 함께 참여한 첫 종합 토론회로,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규제의 입체적 과제를 드러냈다. 제도화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으나, 통화정책·외환법·가상자산법 등 다양한 법 체계 간 조율이 필요한 만큼 후속 입법과 세부 지침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By 김도균 기자

스카이메타뉴스 편집국장 김도균입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한국산업은행 제1회 시험출신 행정사 (전)소비자경제신문 기자

One thought on “스테이블코인 규율 시급한데, 한국은 제도 공백…정부 부처들 본격 대응 나서”
  1. 이번 토론회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통화정책·외환법·가상자산법 등 다양한 법 체계 간 조율에 촉진제가 되어 후속 입법과 세부 지침 정비에 의미있는 토론회로써 기능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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