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은행장 김성태)이 최근 집중호우 피해 복구를 위해 대규모 지원에 나섰지만, 수천억 원대 부당 대출 비리와 이를 은폐하려던 내부 통제 부실 문제가 맞물리며 ‘ESG 경영과 금융기관 본연의 책무 사이 이중의 잣대’라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18일,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 구호와 수해 복구를 위해 3억 원의 지원금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기업은행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 대비해 사전에 제작해둔 긴급재해 구호키트를 피해 지역에 배포하고, 장기간 운영해 온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사랑의 밥차’를 가동하여 이재민과 자원봉사자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등 현장 밀착형 지원을 예고했다.
기업은행 측은 이번 지원이 금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재난 대응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ESG 경영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4대 금융지주와 ‘어깨’ 나란히…’선제적 구호 시스템’ 강조
IBK기업은행의 현장 지원 시스템은 금융권의 재난 대응 노력 중에서도 돋보이는 부분으로 평가된다.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각각 20억 원의 대규모 성금을 기부하고, 긴급 구호키트 및 급식차 등을 지원하며 현장 복구에 힘을 보탰다.
기업은행은 기부금 규모 면에서는 지주사 대비 작지만, ‘사전 제작 구호키트’와 ‘2012년부터 전국 30개 지역에서 운영해 온 사랑의 밥차’를 즉각 투입함으로써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재난 대응 시스템을 갖췄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단순히 일회성 기부를 넘어 ESG 경영의 사회(S) 분야 책임을 지속적으로 이행해 왔다는 방증이다.
또한, 대부분의 금융기관과 마찬가지로 기업은행 역시 수해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특별 대출, 만기 연장, 금리 감면 등의 금융 지원책을 병행하며 국책은행으로서의 정책 금융 역할을 다할 예정이다.
882억 원 부당 대출 ‘도마 위’…김성태號 내부 통제 ‘총체적 난국’
하지만 이 같은 대외적 ‘선행’에도 불구하고, 기업은행은 최근 발생한 대규모 금융 사고와 관련하여 내부적으로는 ‘총체적 난국’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기업은행에서는 전·현직 임직원 부부와 동기 등 28명이 연루된 882억 원 규모의 부당 대출이 적발됐다. 이는 은행이 당초 공시했던 규모보다 3.7배가량 늘어난 수치이다.
사건의 심각성은 단순한 액수에서 그치지 않는다.
연루된 직원들이 골프 접대와 15억 7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드러났으며, 은행 내부에서는 사고 인지 후에도 이를 금감원에 허위·축소 보고하고 심지어 검사 기간 중 관련 자료와 사내 메신저 기록을 조직적으로 삭제하려 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이는 금융기관의 가장 기본인 내부 통제와 윤리 경영이 심각하게 훼손되었음을 보여준다.
“ESG보다 내부 기강이 먼저”…쇄신안 실효성 의문
‘정통 기은맨’ 출신인 김성태 은행장은 사태 이후 “무관용 쇄신안” 을 발표하고 쇄신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주요 쇄신책으로는 임직원 친인척 정보 데이터베이스(DB) 구축과 ‘부당대출 방지 확인서’ 제도 도입 등이 추진 중이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서는 ‘수천억 원대 금융 비리를 7년간 막지 못하고 심지어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은행이 과연 ESG 경영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지적이 나온다.
ESG의 사회(S) 부문은 단순한 기부를 넘어 준법 및 윤리 경영, 투명한 지배구조(G)가 선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은행은 본업인 여신 관리에서 치명적인 실패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 행장 체제에서 또다시 수십억 원대 부당 대출 사고가 추가로 발생하는 등 쇄신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과 함께, 재난 구호 활동의 진정성이 내부 비리를 가리려는 ‘물타기’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IBK기업은행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ESG 선도 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일회성 기부를 넘어, 현재 진행 중인 부당 대출 관련 엄정 징계와 더불어 친인척 DB 구축 등 쇄신안을 속도감 있고 실효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