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유튜브 캡처 이미지

김도균 기자

아프리카 대륙의 중심부에 위치한 수단과 남수단은 2011년의 독립 이후도 여전히 전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냉전의 유산, 종교적 갈등, 민족 분열, 그리고 자원의 저주까지, 수십 년간 얽히고설킨 분쟁은 현재도 이 지역에 인도적 재난을 지속적으로 낳고 있다.

북과 남, 하나의 수단이었던 시절

수단은 1956년 영국과 이집트의 공동통치로부터 독립했지만, 초기부터 북부 아랍계 이슬람 정부와 남부 흑인 기독교·전통종교 지역 간의 갈등이 심화됐다. 결국 1955년부터 1972년까지 제1차 수단 내전, 그리고 1983년부터 2005년까지 이어진 제2차 내전은 수백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내전은 대부분 남부 주민들의 정치·종교·문화적 차별에 대한 반발로 시작되었으며, 남부를 대표한 반군 조직 SPLA(남수단 인민해방군)가 중심이었다.

이러한 갈등은 2005년 포괄적 평화협정(CPA) 체결과 함께 일단락됐고, 이에 따라 2011년 남수단은 국민투표를 통해 독립국가로 분리되었다. 이는 아프리카 역사상 가장 큰 평화적 분리 독립 사례였다.

남수단, 독립은 했지만 평화는 없었다

하지만 독립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3년, 남수단의 대통령 살바 키르(딘카족)와 당시 부통령 리에크 마차르(누에르족) 간의 권력 투쟁은 대규모 무력 충돌로 이어졌다. 이 갈등은 민족 간 학살로 번졌고, 수십만 명의 민간인이 피살되었으며 약 400만 명이 난민이 되었다. 이른바 남수단 내전은 독립국가 내에서의 정치적 미성숙과 민족적 균열이 어떻게 또 다른 참극을 야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국제사회는 수차례 정전 합의평화 협상을 시도했으나, 정치적 불신과 무장 세력 간 갈등, 자원 통제권 다툼이 걸림돌이 되어 실질적인 평화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18년 평화협정 서명 이후에도 폭력 사태는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수단 본토는 여전히 격랑 중

남수단의 독립은 수단 본토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은 독재 정치를 강화했고, 2019년 쿠데타로 축출된 이후에도 군부와 민간 과도정부 간의 권력 충돌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23년부터 격화된 ‘신속지원군(RSF)’와 수단군(SAF) 간의 충돌은 수도 하르툼을 전장으로 만들었고, 수천 명이 사망했다. 이 분쟁은 단순한 군사 갈등을 넘어, 수단 전역의 통제권을 두고 벌어지는 구조적 내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끝나지 않은 비극, 인도적 위기

현재 수단과 남수단 전역에서는 기아, 폭력, 난민, 질병, 교육 붕괴 등의 복합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수단 내분쟁으로 인해 1,200만 명 이상이 식량 불안정 상태에 놓여 있으며 남수단에서는 전체 인구의 70% 이상이 국제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양국 합산 난민 수는 800만 명 이상에 달하며, 이들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다.

국제 구호단체들은 접근조차 어려운 지역에서 최소한의 식량과 의료품을 공급하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조적 평화는 가능한가?

수단과 남수단의 내전은 단지 두 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경을 넘나드는 민족, 정치권력의 무기화, 자원에 대한 탐욕,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 건설의 난제를 집약한 세계사적 사례다. 외교적 개입이 단기적 정전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교육, 정치문화의 전환, 자원 분배 구조 개혁이라는 근본적 시스템 전환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단과 남수단의 분쟁은 단순한 ‘전쟁’의 문제가 아니다. 그 안에는 외부 제국주의의 잔재, 자원의 저주, 정치의 사유화, 공동체 붕괴라는 다층적 위기가 얽혀 있다. 분쟁의 뉴스가 반복될수록 세계는 무감각해지고, 그 사이 희생은 지속된다. 이제는 뉴스가 아니라 전환의 서사가 필요하다.

연도사건
1956수단, 영국·이집트 공동통치로부터 독립
1955–1972제1차 수단 내전 (북-남 갈등)
1983–2005제2차 수단 내전, SPLA 결성
2005포괄적 평화협정(CPA) 체결
2011남수단, 국민투표로 독립
2013남수단 내전 발발 (키르 vs 마차르)
2019수단 알바시르 축출, 과도정부 수립
2023~2025수단군 vs RSF 무력 충돌 격화
출처 : 구글 지도

수단 내전의 그늘, 그 너머의 손들… 러시아·미국, ‘붉은 황혼’ 위의 지정학

수단의 내전은 단순한 내부 권력 투쟁이 아니다. 그 뒤에는 러시아와 미국, 아랍권, 아프리카 국가들 간의 복합적 지정학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2023년부터 격화된 수단군(SAF)과 RSF(신속지원군) 간의 충돌은 중동과 아프리카 전체의 역학을 뒤흔들고 있으며, 이 지역을 둘러싼 ‘신냉전적 질서’의 교차점이 되고 있다.

RSF, 와그너와 손잡다… 금광과 용병의 교환

수단 내전의 또 다른 이름은 ‘자원전쟁’이다. RSF는 다르푸르 출신 민병대에서 유래한 반(半)군사조직으로, 사실상 무장 용병 집단이다. 이들은 수단 서부와 북부의 금광 자원을 장악하며 세력을 키웠고, 이 과정에서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와그너 그룹(Wagner Group)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었다.

2022년 이전부터 RSF는 와그너의 전술 훈련, 무기 조달, 수익금 세탁 루트 등을 공유해 왔다. 금광에서 나온 자원은 와그너의 모회사인 M-Invest를 통해 러시아로 수출되며, 그 대가로 RSF는 중화기와 군사 기술을 제공받는 구조였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와그너는 수단 북부 마르와 금광지대에 군사훈련캠프를 설치한 정황도 포착된 바 있다.

미국의 대응, ‘민주주의 대 반쿠데타’

미국은 RSF와 와그너의 연결고리를 “민주주의 전환에 대한 국제적 위협”으로 규정했다. 2023년 국무부는 RSF의 리더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일명 헤메티)를 직접 제재 대상에 올렸으며, 수단군에는 과도정부 복귀를 조건으로 한 원조 재개 카드를 쥐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수단 문제를 ‘아프리카 민주주의 회복 프로젝트’의 핵심사례로 보고 있으며, RSF가 와그너와 손잡는 것을 ‘러시아의 아프리카 영향력 확장’으로 간주하고 있다. 실제로 2024년 중반부터 미국은 수단 인접국인 차드, 남수단, 에티오피아 등과의 정보 협력을 강화하고, 우회적인 인도주의 원조 및 NGO 지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개입 수위를 높이고 있다.

주변국의 불안정한 경계, 불편한 관찰자들

이집트는 수단 정부군(SAF)과 전통적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RSF의 세력 확장을 안보 위협으로 인식한다. 에티오피아는 티그라이 분쟁과 GERD 댐 문제로 수단과 외교 갈등 중이며, 내전 장기화로 국경 안보가 취약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RSF와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중재자로 나섰지만 양측 모두에 군사적 및 재정적 지원을 제공한 이력이 있다. 차드는 RSF와 민족적으로 연계된 집단들이 있어 내전 확산 우려가 높다. 최근 국경 긴장이 고조되는 추세다.

신냉전의 또 다른 전선

수단 내전은 단지 한 국가의 권력 분쟁이 아니라, 아프리카 자원 지정학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잃어버린 외환과 정치적 우군을 아프리카에서 복구하려 하고 있으며, 미국과 서방은 이를 자유주의 질서 수호와 반쿠데타 질서 확립의 장으로 삼고 있다.

국제사회가 내세우는 ‘중립적 중재’는 실상 지정학적 포지셔닝의 위장막이 된 지 오래다. 평화를 외치면서도 무기와 자원을 교환하는 구조 속에서, 수단 국민들은 또 한 번 ‘보이지 않는 전쟁’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By 김도균 기자

스카이메타뉴스 편집국장 김도균입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한국산업은행 제1회 시험출신 행정사 (전)소비자경제신문 기자

2 thoughts on ““끝나지 않은 전쟁” – 수단과 남수단, 독립 이후 더 깊어진 내전의 그림자”
  1. 우리와 같은 분단국인 수단에서 총체적 불안이 계속되고 있었군요.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새로운 형식으로 잘 정리해 주시어 좋았습니다. 하시는 김에 신속지원군에 대해 좀 자세한 배경 설명이 있었으면 더욱 좋았겠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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