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3월 금융시장 동향’과 내일(10일) 예정된 이창용 총재의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앞두고 동결 전망이 유력한 가운데 시장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3월 지표에서 나타난 가계대출의 반등과 4월 들어 격화된 중동발 전쟁 리스크는 이 총재가 임기 마지막까지 ‘긴축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결정적 근거가 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 전환… 꺾이지 않는 기업 대출 수요
3월 금융시장 동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가계대출의 흐름이다.
지난 2월 4,000억 원 감소하며 안정세를 보이는 듯했던 은행권 가계대출은 3월 들어 다시 5,000억 원 증가로 돌아섰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1조 2,000억 원 늘어나며 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이는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주택 거래 회복이 가계부채 관리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대출 역시 7조 8,000억 원 급증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중소기업들이 법인세 납부 자금 마련 등을 위해 은행 문을 두드린 결과다.
고금리 상황에서도 대출 수요가 꺾이지 않는 현상은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유동성의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란-이스라엘 전쟁, 유가와 환율이 뒤흔든 4월
3월 보고서에 이미 예고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은 4월 들어 이란과 이스라엘의 직접 충돌 양상으로 번지며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국제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를 키웠다.
이는 곧바로 국고채 금리 상승과 코스피 급락(3월 말 기준 2,425p)으로 이어졌다.
환율 역시 비상이다.
안전 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쏠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과의 금리 차가 여전히 벌어져 있는 상황에서 중동 리스크까지 겹치자,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 동결을 통해 외환시장 방어막을 유지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신현송의 과제
내일 금통위는 이창용 총재가 주재하는 마지막 금통위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총재가 퇴임하는 마당에 정책 기조를 급변시키기보다는 10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번 동결은 단순한 현상 유지가 아닌 강력한 경고를 담은 ‘매파적 동결’이 될 전망이다.
이 총재는 평소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물가 상방 리스크와 가계부채 반등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그는 차기 총재 후보자인 신현송 교수에게 긴축 기조의 바통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결국 3월의 지표는 금리 인하의 꿈이 시기상조임을 제시한다.
또한 4월의 전쟁 위기는 그 꿈을 더욱 멀어지게 했다.
이창용 총재는 내일 10일 ‘질서 있는 안정’을 선택하며 한국 경제의 파수꾼으로서 마지막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