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복지와 서민 경제의 가파른 외줄타기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가당음료에 대한 설탕부담금 도입 필요성을 직접 언급하면서 정치권과 산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설탕부담금 도입에 대한 국민적 찬성 여론이 높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 대통령은 여기서 확보된 재원을 지역 및 공공의료 강화에 투입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던졌다.
이는 단순히 국민 건강을 챙기겠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고질적인 의료 재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공법으로 풀이된다.
사실 설탕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논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세계보건기구는 액상 형태의 가당음료를 비만과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주범으로 규정한 지 오래다.
액체 상태의 당은 고체 음식보다 흡수 속도가 월등히 빨라 인슐린 저항성을 급격히 높이고 간과 췌장에 치명적인 무리를 준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10대 청소년의 당 과잉 섭취율이 평균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미래 세대의 건강 지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 110여 개국이 넘는 국가들이 가당음료세를 도입했다.
영국의 경우 당 함량에 따라 세금을 차등 부과하는 정책을 펴면서 제조사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설탕 함량을 절반 가까이 줄이는 극적인 효과를 거뒀다.
프랑스와 멕시코 역시 징수한 세금을 사회보장기금이나 보건 사업에 투입하며 정책적 효용성을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도입 과정에서 맞닥뜨린 논쟁은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쟁점은 역시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역진성 논란
이른바 역진성 논란이다.
통계적으로 가당음료 소비는 저소득층과 1인 가구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
부담금이 도입되어 음료 가격이 인상될 경우를 가정해 보자.
당장 서민들의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서민 증세’가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식품업계 역시 원가 부담에 따른 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입 찬성 측의 논리는 견고하다.
저소득층일수록 가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하기 때문에, 부담금 도입 시 당류 소비를 가장 먼저 줄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저소득층의 만성질환 발병률을 낮추고 본인 부담 의료비를 절감해주는 ‘건강 형평성’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즉, 지금 당장의 몇 백 원 인상보다 미래에 지출될 수천만 원의 의료비를 막는 것이 국가와 개인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판단이다.
현재 국회에는 김선민 의원과 이수진 의원이 각각 발의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대기 중이다.
두 법안 모두 가당음료에 들어있는 당 함량에 따라 부담금을 매기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세부적인 요율과 누진 구간에서 차이를 보인다.
특히 김선민 의원안의 경우 징수된 재원을 지역 필수 의료와 공공의료 사업에 직접 사용하도록 명시해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이번 설탕부담금 논의는 단순한 가격 정책이 아니다.
급증하는 만성질환으로 인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그리고 국가가 국민의 식습관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
그런 질문에 대한 철학적 문제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설탕부담금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징수된 재원의 투명한 운용이 전제되야 한다고 제시한다.
전문가들은 또한 기업들이 설탕 함량을 낮추도록 유도하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와 국회의 이번 결정은 향후 대한민국의 보건 의료 체계와 식품 산업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꿀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달콤한 독’으로 불리는 설탕과의 전쟁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