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는 23일 가맹점주 정보유출에 대해 알리며 사과했다. 사진은 신한카드 홈페이지에 공지된 사과문, 출처 : 신한카드

정책은 ‘표’만 쫓고 감독은 ‘쇼’만 한다… 2025년 12월 23일, 대한민국 금융의 흑역사

한은의 ‘경고’ 무시하고 150조 펀드 올인한 금융위, 시스템 리스크 키우는 ‘관치금융’의 역습

2025년 12월 23일, 대한민국 금융 시스템은 세 갈래의 거대한 파도에 휩쓸렸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돌파하며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행정부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자화자찬식’ 조직개편안을 통과시켰다.

시장의 최전선인 신한카드에서는 내부 직원에 의한 19만 명 가맹점주 정보 유출이라는 후진국형 참사가 터졌다.

이 세 가지 사건은 별개가 아니다.

정책 결정권자의 얄팍한 금융관과 감독 당국의 무능, 그리고 정치적 성과에만 매몰된 관치금융이 빚어낸 ‘예고된 인재(人災)’다.

1,480원 환율, ‘포퓰리즘 금융’에 대한 전 세계 투자자의 경고장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를 오르내린 것은 단순한 달러 강세 때문이 아니다.

23일 발표된 한국은행의 ‘2025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는 현재 우리 금융 시스템이 ‘겉으로는 안정적이나 속으로는 심각하게 곪아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비은행권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와 취약 계층의 부채 리스크를 지적하며, 금융기관들이 수익 추구를 지양하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행보는 정반대였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업무보고에서 나온 지시는 “저금리 대출 확대”와 “금융권의 이자 장사 비판”이었다.

시장 금리가 뛰는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금리를 누르고 돈을 풀겠다는 신호는 외환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은 ‘시스템의 원리’가 아닌 ‘권력의 의지’에 의해 금융이 돌아가는 위험한 시장으로 낙인찍혔고, 그 결과가 바로 1,480원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다.

신한카드 사고, ‘운영리스크’ 관리의 처참한 실패

환율 폭등으로 조달 시장이 얼어붙자 카드사들은 극한의 실적 압박에 내몰렸다.

그리고 오늘, 그 압박의 끝에서 신한카드 내부 직원 12명이 가맹점주 19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목할 점은 여신금융협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4년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다.

신한카드는 이미 해당 평가에서 미흡 판정을 받으며 내부 통제와 소비자 보호 체계에 구멍이 났음을 경고받았다.

하지만 금융감독 당국은 이를 방치했다.

감독 정책을 결정하는 금융위원회는 카드사의 내실보다는 ‘성장’과 ‘지원’이라는 정치적 구호에만 매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금융을 ‘정치적 도구’로만 바라볼 때, 금융회사의 가장 기초적인 책무인 ‘운영리스크 관리’와 ‘소비자 정보 보호’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이번 신한카드 사태는 감독이 실종된 자리에 탐욕과 무책임이 들어찬 필연적 결과다.

‘필통만 바꾼’ 금융위 조직개편… 생색내기 5명의 비극

사고가 터진 23일 , 금융위원회는 국무회의에서 ‘직제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자화자찬에 열을 올렸다. 내용을 뜯어보면 참담하다.

1. 자본시장 조사 인력 단 5명 증원

대통령이 주가조작 엄단을 외치자 내놓은 ‘생색내기용’ 숫자다. 수조 원의 자금이 움직이는 주식시장의 부정행위를 단 5명의 인력으로 막겠다는 것은 사실상 손을 놓겠다는 선언이다.

2. 국민성장펀드추진단 신설

감독 기관인 금융위가 본업인 감시는 팽개치고, 정치적 성과를 위한 150조 원 ‘돈 풀기 전담반’을 만드는 데 조직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3. 업권별 나눠먹기 구조 유지

조직도는 여전히 산업 육성과 인허가 위주다. 이는 감독 기관 퇴직자들이 나중에 낙하산으로 내려가기 좋은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카르텔’적 구조를 유지한다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

금융위는 감독 기구가 아니라 사실상 ‘금융 정치국’으로 변질되었다. 현장의 비명(신한카드 사고)과 시장의 심판(1,480원 환율)에는 무감각한 채, 이재명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쇼’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제2의 IMF를 막기 위한 제언: 금융감독권을 정부에서 떼어내라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다가올 경제 위기를 막을 수 없다. 정부가 금융정책(육성)과 금융감독(감시)권을 모두 쥐고 있는 한, 감독은 늘 정책의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다. 5년 단임제 대통령의 성과를 위해 금융 시스템의 기초 체력을 갉아먹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

첫째, 금융감독 기능을 국회 직속의 독립 기구로 이관해야 한다. 정부 소속의 금융위원회가 금감원을 지배하는 구조를 깨고, 감독정책권과 집행권을 통합하여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시켜야 한다.

둘째, 한국은행과 감사원의 독립성을 헌법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 중앙은행이 정부의 압박 없이 통화 신용 정책을 펼칠 수 있어야 하며, 감사원은 국회 소속으로 옮겨 정부의 무분별한 금융 자금 동원과 정책적 삽질을 실시간으로 견제해야 한다.

셋째, 운영리스크 관리 실패에 대한 ‘징벌적 감독’을 도입해야 한다. 신한카드 사례처럼 소비자 보호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고도 사고를 낸 기관에 대해서는 인허가 취소 수준의 강력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

결론: 얄팍한 금융관이 부른 ‘폭풍 전야’

23일 하루 우리가 목격한 것은 대한민국 금융의 총체적 난국이다.

1,480원의 환율은 우리 경제의 심장이 멈춰가고 있다는 경고음이며, 신한카드의 유출 사고는 그 혈관이 이미 터져나가고 있다는 신호다.

그런데도 금융위는 “수사 인력 5명을 늘렸으니 다 해결될 것”이라며 얄팍한 지식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금융감독은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장의 공공재다.

지금 당장 감독 시스템의 근본적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조만간 1,480원이라는 환율이 차라리 그리웠던 순간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정부는 ‘금융’을 우습게 보지 마라. 시장은 ‘정치’보다 훨씬 냉혹하다.

By 김도균 기자(dsajax0411@naver.com)

스카이메타뉴스 편집국장 김도균입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전) 한국산업은행 제1회 시험출신 행정사 (전)소비자경제신문 기자 (전)금융산업노조 한국산업은행지부 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