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의 종말과 거대 투기 자본의 강제 소환
일본은행 의 19일 기준 금리 인상 결정은 마치 안개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거대한 함대처럼 전 세계 금융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단순히 금리 숫자를 조금 바꾼 수준을 넘어,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글로벌 자금의 흐름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거대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이 기습에 비명을 지르는 곳은 조지 소로스와 같은 국제 투기 자본가들이 이끄는 헤지펀드들이다.
그동안 이들에게 일본 엔화는 이자 한 푼 내지 않고 마음껏 빌려 쓸 수 있는 화수분과 같았다.
헤지펀드가 일본 엔화를 빌렸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국제금융시장의 관계자들이나 외신, 국내 언론의 보도를 보면 이 점은 거의 사실에 가깝다.
이들은 이 저렴한 엔화를 빌려 미국의 첨단 기술주나 신흥국의 고수익 채권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막대한 부를 쌓아왔다.
하지만 일본이 ‘금리 인상’이라는 칼을 빼 들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이제 빌린 돈의 이자가 오르기 시작했고,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갚아야 할 빚의 덩치 자체가 커지게 된 것이다.
글로벌 증시의 연쇄 발작과 엔 캐리 트레이드의 역습
이로 인해 헤지펀드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전 세계에 뿌려두었던 투자 자산들을 급하게 팔아치우고 엔화를 되사들이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는 글로벌 증시의 급락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엔화 가치를 폭등시키는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국제 금융 시장의 변동성을 극도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또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일본의 이 가미가제식 승부수 때문에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미국 연준은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금리를 내리며 돈을 풀려고 하지만, 일본이 반대로 금리를 올리면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미국의 수입 물가를 자극할 위험이 크다.
전 HSBC 외환 딜러는 “일본이 금리를 인상했다는 건 저금리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것과 같다”고 그 의미를 평가했다.
중앙은행들의 딜레마, ‘공짜 돈’ 시대의 비극적 종언
한국은행 역시 고환율과 가계부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와중에 일본발 환율 폭풍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떠안게 되었다.
결국 일본의 이번 행보는 전 세계 금융권에 “이제 공짜 돈의 시대는 끝났다”는 경고를 날리며, 모든 나라가 자신의 통화 정책을 다시 짜야 하는 피곤한 숙제를 안겨준 셈이다.
일본은행이 쏘아 올린 금리 인상이라는 포탄은 이제 시작일 뿐이며, 그 파편이 어디까지 튈지 전 세계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