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8일 ‘2025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를 발표했다.
이 가계부채 통계는 정부의 강력한 부채 관리 정책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구조적 위험이 자리 잡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둔화’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체 속 누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계부채 증가세에 제동 건 규제 효과
올해 3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68조 3천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증가폭이 14조 9천억 원에 그치며 확실히 속도가 꺾였다.
금융당국이 예고한 스트레스 DSR 제도와 2금융권 대출 총량 관리 강화 정책이 맞물리면서, 예금은행은 물론 비은행권까지 대출 확대 속도를 늦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둔화됐고,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점은 규제의 직접적 효과를 보여주는 신호다.
‘대출로 만든 소비’를 억제하려는 정책 방향이 시장금리 상승과 맞물려 강력한 제동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잠재 리스크는 여전…비은행권 취약성 확대 우려
그러나 가계부채의 총량은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절대적인 부채 규모다.
이미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선 상황에서, 고금리 장기화로 이자 부담이 지속될 경우 취약 차주의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비은행권의 대출 둔화 역시 본질적인 부채 구조 개선보다는 ‘한계 차주들의 대출 이전 여력 상실’로 인한 소극적 감소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새로 빚을 내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을 뿐, 기존 부채 부담은 여전히 누적되고 있다.
카드 사용 증가, ‘대출의 대체 수단’ 되나
가계가 신용카드나 할부금융을 통한 소비를 늘린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3분기 판매신용 증가폭은 2분기 대비 두 배로 확대됐다.
대출 규제로 현금 유동성이 막히자, 카드 사용이 ‘대체 현금’ 역할을 하는 형태로 전환된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소비지표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가계의 연체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즉, 대출이 조여지자 카드가 그 자리를 잠시 메웠고, 이는 결국 ‘부채의 전이’에 불과하다.
고금리·물가 압박 속에서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난다면, 가계의 총부채 구조는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
구조적 대응의 필요성
결국 이번 통계는 가계부채의 ‘총량 규제’가 단기적 균형을 만들었을 뿐, 구조적 위험은 해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장기적 해법은 소득 증대와 금융 포용성을 확대해 가계의 상환능력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다.
단순한 대출 억제만으로는 부채 리스크의 근본 원인을 다루기 어렵다.
현재의 부채 조절은 일종의 ‘속도 제한’에 불과하다.
대출 규제와 함께 고용 안정, 사회 안전망 강화 같은 폭넓은 접근이 이뤄져야 부채의 질적 개선이 가능하다.

가계부채가 표면적으로는 ‘둔화’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체 속 누적’으로,
대출 규제와 함께 고용 안정, 사회 안전망 강화 같은 폭넓은 접근이 이뤄져야 부채의 질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