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환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에 2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제공하며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를 지원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결정은 미국 내 핵심 지지층인 농민들의 반발은 물론, 멀리 떨어진 한국의 식탁 물가까지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발(發) 대두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고환율과 맞물리면서, 한국 수입 대두 가격에도 직접적인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농가 “대두 경쟁국 지원” 반발
트럼프 행정부의 아르헨티나 통화스와프 체결은 미-중 무역 갈등이 낳은 글로벌 농산물 시장의 복잡한 역학 관계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줄이고 남미 국가들로 수입선을 돌리면서, 세계 최대 대두박 수출국인 아르헨티나가 미국 농가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했다.
미국 농업계는 “트럼프 정부가 경쟁국 아르헨티나에 막대한 금융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미-중 갈등으로 막힌 대중(對中) 대두 수출 시장을 완전히 내어주는 꼴이 되었다”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는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며 지원의 정당성을 주장했으나, 아르헨티나산 소고기 수입 쿼터 증량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축산 농가들의 불만까지 폭발시켰다.
트럼프의 ‘밀레이 구하기’가 정작 자신의 핵심 지지 기반에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를 입히는 딜레마를 낳은 것이다.
한 물가 비상: 국제 불안정 + 고환율의 이중고
아르헨티나발 대두 시장 불안정은 한국의 먹거리 물가에 심각한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특히 두부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쌀을 제외한 식용 및 사료용 대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의 대두박 생산량 변동은 국제 대두 선물 가격을 출렁이게 하는 핵심 요인이다.
최근 국내 수입업체들이 체감하는 원화 기준의 대두 수입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첫째, 아르헨티나 등 남미 주요 생산국의 작황 우려와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불확실성은 국제 대두 선물 가격을 쉽게 끌어내리지 못하고 있다. 22일 기준 대두 선물 가격은 1,034.2 센트/부셸이다.
둘째, 더욱 치명적인 것은 원/달러 환율의 급등이다. 국제 대두 가격이 소폭 안정되더라도, 환율 상승이 수입 비용을 즉각적으로 끌어올리면서 원화 기준의 수입 단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22일 기준 1,43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수입 대두 가격의 고공행진은 사료용 대두박 가격을 밀어 올려 육류, 계란 등 축산물 가격을 자극하는 한편, 두부, 식용유 등 가공식품 가격까지 전방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의 정치적 결정과 남미의 대두 시장 불안이 고환율이라는 국내 변수와 결합하면서, 한국의 물가 관리 당국은 이중고를 겪게 되었다.
지정학적 리스크, 한국의 숙제 되다
아르헨티나 사태는 글로벌 식량 공급망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한국은 이번 사태를 통해 특정 국가나 지역에 대한 높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를 위한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더욱 절실하게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확인했다.
트럼프의 아르헨티나 지원 논란은 단순히 미국 정치의 해프닝을 넘어, 전 세계 식량 안보와 물가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파장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은 특정 국가나 지역에 대한 높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를 위한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