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자체 개발 알레르기 신약 후보물질 레시게르셉트 (lesigercept, YH35324)의 임상 2상 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4일 승인받고 다국가 임상에 돌입한다.
레시게르셉트 1b상 결과 발표에 이은 순조로운 진행이다.
이번 임상 2상 진입은 유한양행의 주가에 강력하게 반영된 ‘신약 파이프라인 가치’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레시게르셉트, 기존 약물 한계 극복 기대
레시게르셉트는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CSU) 치료제로 개발 중인 항(anti) 면역글로불린 E(IgE) 계열의 Fc 융합단백질 신약이다.
특히 기존 치료제인 오말리주맙(제품명 졸레어)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서도 임상적 증상 개선 효과를 보여, 글로벌 시장에서 미충족 수요를 해소할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유한양행은 이번 임상 2상을 한국을 포함해 유럽 및 아시아 국가에서 총 150명의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며, 이는 개발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유한양행은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임상 3상 성공 시 대규모 기술 수출(License-out) 또는 직접 상업화를 통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DCF 분석의 딜레마: ‘고평가’ 뒤에 숨겨진 기술 가치
국내 주식 시장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유한양행의 현재 주가가 전통적인 가치 평가 기준인 DCF(현금흐름할인법) 대비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FCF(잉여현금흐름)만을 기준으로 간소화된 DCF 모델로 산출할 경우, 유한양행의 주당 평가 가액은 5만 원대 초반으로 계산되나, 현재 시장 주가는 12만 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단순 영업 활동 현금 흐름 대비 100%가 넘는 괴리율이다.
이러한 괴리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유한양행 주가에는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기술 수출된 폐암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의 향후 마일스톤 및 로열티 수익 ▲이번에 임상 2상에 진입한 레시게르셉트를 비롯한 다수의 신약 파이프라인의 잠재적 가치가 ‘바이오 프리미엄’ 형태로 수 조 원 규모로 이미 선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렉라자의 글로벌 상업화 가치와 레시게르셉트의 성공 기대감을 반영하여 유한양행의 적정 주가를 13만 원대에서 최대 16만 원대까지 제시하고 있다.
투자자 시사점: ‘리스크 조정’의 중요성
이번 레시게르셉트의 임상 2상 승인은 미래 현금 흐름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며 주가에 반영된 프리미엄을 정당화하는 긍정적인 신호탄이다.
신약 개발 단계가 진전될수록 파이프라인의 성공 확률(PoA)이 상승하며, 이는 곧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신약 개발의 높은 불확실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레시게르셉트가 향후 임상시험에서 실패하거나, 렉라자의 글로벌 매출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시장은 현재의 프리미엄을 급격히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한양행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기존 사업의 안정적인 FCF뿐만 아니라,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 경과 및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협력 진척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며 ‘리스크 조정된 순현가(rNPV)’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임상2상 식약처 승인은 유한양행 기업가치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알레르기 신약이 유한양행 주가 고평가 논란을 잠재울 만큼 파격적 뉴스는 아니다. 투자자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