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12일 국내 1·2위 숙박예약 플랫폼 사업자인 ㈜놀유니버스(야놀자)와 ㈜여기어때컴퍼니에 총 15억4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두 회사는 광고상품 판매 과정에서 입점 숙박업소가 비용을 부담해 발행한 할인쿠폰 중 사용되지 않은 쿠폰을 환급이나 이월 없이 소멸시켜 불이익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야놀자는 ‘내주변쿠폰 광고’에, 여기어때는 ‘TOP추천’·‘지역추천’ 등 고급형 광고상품에 쿠폰을 연계해 판매했다. 광고비의 10~29%가 쿠폰 비용으로 책정됐지만, 광고기간 종료 시 미사용 쿠폰은 일방적으로 소멸됐다. 야놀자는 계약 연장 시 1회 이월만 허용했고, 여기어때는 유효기간을 사실상 하루로 제한해 당일 미사용분을 즉시 없앴다. 공정위는 이를 거래상 우월적 지위 남용으로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통지 의무를 부과했다.
이번 사건은 숙박업계의 쿠폰 운영 실태를 넘어, 국내 전반의 ‘미사용 혜택 소멸’ 문제와 맞물린다. 카드·유통·통신 업계에서도 유사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금융당국 집계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숨은 카드포인트는 2.6조 원에 달하며, 최근 3년간 연평균 800억 원의 카드포인트가 소멸됐다. 유통업계 역시 매년 약 132억 원 규모의 포인트가 소비자 인지 없이 사라지고 있다.
글로벌로 시야를 넓히면 디지털 쿠폰의 평균 사용률은 7% 수준에 불과하고, 발행된 쿠폰 중 실제 사용 비율이 1%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일부 로열티 프로그램에서는 적립 포인트의 최대 85%가 미사용 상태로 남는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에서도 통신사 멤버십 포인트의 미사용률이 과거 59%를 넘었던 사례가 보고됐다.
문제는 소멸 구조가 플랫폼·기업 수익 모델의 일부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기업은 미사용률을 사전에 계산해 발행량이나 할인율을 조정하며, 이는 소비자 권익과 직결된 투명성 이슈를 야기한다. 특히 쿠폰과 포인트는 소비자 유인과 매출 증대의 핵심 수단임에도, 유효기간·소멸정책이 불명확하면 사실상 ‘숨은 비용’이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정위 제재를 계기로 숙박앱뿐 아니라 전 산업권에서 쿠폰·포인트 운영 관행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비자 고지 강화, 소멸정책 표준화, 유효기간 연장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공정위 역시 향후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거래를 지속 감시하겠다고 밝힌 만큼, 관련 업계의 대응 변화가 주목된다.
이번 공정위 제재를 계기로 숙박앱뿐 아니라 전 산업권에서 쿠폰·포인트 운영 관행을 점검하고 소비자들의 권익 보호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