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균 기자
예금보험공사 산하 예금보험연구소는 25일 공개한 『글로벌 예금보험 브리핑』 제88호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두 가지 주요 위험, 즉 가격이 고정된 기준에서 벗어나는 ‘디페깅(depegging)’ 위험과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상환을 요청해 시스템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런(run)’ 위험이 서로 상충하는 관계에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번 보고서는 예금보험연구소 디지털금융팀의 김명원 연구위원이 집필하였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의 가치를 기준으로 설계된 가상자산이다. 사용자는 이를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지갑을 통해 직접 보관하고 송금할 수 있으며, 해외 송금이나 암호화폐 간 거래, 가치 저장 수단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장은 발행이 이루어지는 1차 시장과 유통이 이루어지는 2차 시장으로 구분된다.
김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차익거래자들이 2차 시장에서의 가격 변동을 이용해 1차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통해 가격 안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스테이블코인 가격이 기준인 1달러보다 낮아질 경우, 차익거래자는 이를 사들여 발행자에게 액면가인 1달러에 상환을 요청함으로써 가격을 끌어올린다. 반대로 가격이 1달러보다 높을 경우에는 발행자로부터 코인을 발행받아 2차 시장에서 매도함으로써 가격을 낮추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차익거래의 활발함이 가격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투자자들의 대규모 상환 요청을 발행자에게 신속하게 전달하는 통로로 작용함으로써 금융 시스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차익거래가 활발하면 디페깅은 줄지만 런 위험은 커지고, 차익거래가 제한되면 런 위험은 줄지만 디페깅은 심화되는, 서로 반비례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실제 사례로, 스테이블코인 ‘USDC’는 차익거래 참여자가 평균 521개로 분산되어 있는 반면, ‘USDT’는 6개에 불과할 정도로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USDC는 가격 변동이 거의 없는 반면, USDT는 평균적으로 1달러 기준에서 54bp(0.54%)의 괴리를 보이며 가격이 흔들리는 경향이 더 컸다.
또한 발행자의 준비자산 구성이 런 위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USDC는 거의 전량을 현금이나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USDT는 상대적으로 현금화가 어려운 회사채나 대출 등 비유동성 자산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이처럼 준비자산이 유동성이 낮을수록 발행자는 가격 안정성보다 런 위험을 우선시하며, 차익거래자를 제한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김 연구위원은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정책당국은 가격 불안정과 금융 불안정이라는 두 가지 위험이 맞물려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가격만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가 오히려 시스템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다.
보고서는 정책적 해법으로 첫째, 모든 이용자가 발행자에게 직접 상환을 요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디페깅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동시에 런 위험을 키울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된다. 둘째,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을 현금화가 용이한 자산으로 구성하도록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EU, 영국 등 주요국은 이미 국채, 은행 예금, 현금성 자산 등 고유동성 자산 위주로 준비금을 구성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셋째,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일정한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이는 증권법 적용 가능성과 시장 경쟁 과열 등의 문제가 동반될 수 있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역사적 유사 사례에서 배우는 교훈
보고서 말미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상충관계가 비단 스테이블코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 미국의 자유은행 시대나 현재의 예금시스템에서도 동일하게 존재해 왔다고 지적한다. 당시에도 은행권은 디페깅 위험이 컸고, 예금은 런 위험이 컸다. 예금에 대해 공적 보증이 제공되는 예금보험제도가 바로 이러한 런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 향후 스테이블코인에도 이와 유사한 보호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예금보험연구소는 이번 분석을 통해, 향후 디지털 자산이 지급수단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가격 안정성과 금융 안정성이라는 두 축을 균형 있게 설계하는 정책적 접근이 핵심이라고 강조하였다.
문제는 해외발행되어 국내 유통되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당초 의미대로 안정적인 가격을 뒷받침하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된 스테이블 코인이지만 한 번 공포가 시작되고 전염되면 코인 런은 걷잡을 수 없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코인사가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서 국내 금융당국이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