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주변전소 전경, 출처 : 한국전력

김도균 기자

[스카이메타뉴스=서울] 인공지능 서비스 확산과 데이터 센터 건설 붐이 한국의 전력 소비 구조를 바꾸고 있다. 특히 고성능 GPU를 탑재한 서버를 24시간 가동하는 초대형 데이터 센터가 늘어나면서 전력 수요는 이미 임계치를 향해 가고 있다. 한국전력이 누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계와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 논의를 더 이상 늦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의 AI 인프라 투자가 집중된 지역을 중심으로 전력 사용량이 140% 넘게 증가한 사례도 나타났다. 한국 역시 충청권, 강원권,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전은 송배전 인프라 확충과 함께 신규 전원 확보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누진제를 통해 저소득층 보호를 우선하며 상대적으로 억제돼 왔다. 하지만 전력 수급 구조 자체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요금 현실화 없이는 공급망 확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23년 이후 한국전력은 적자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연료비 조정 단가 인상, 기후환경요금 재조정 등을 통해 간접적인 요금 조정에 나선 바 있다.

전력 공급 측면에서는 원자력과 핵융합 발전이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과 핵융합 실증 플랜트 구축 계획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발전원 확대만으로는 전력망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수도권에서 수도권 외곽으로 이어지는 주요 송전망은 이미 과부하 상태에 있고, 신규 배전선 증설을 위한 토지 보상 및 주민 반발 문제가 사업 지연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력 전문가들은 2026년 이후를 기점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당장은 물가 관리와 정치적 부담으로 요금 인상이 억제되겠지만, AI 산업 확대와 데이터센터 중심 전력 집중 문제가 더 이상 미뤄지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은 물론 가정용 요금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대형 데이터 센터에 대해 전력 피크 요금제 도입, 송배전망 부담금 확대, 전용요금제 시행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송전설비의 입지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민관 협의체 구성과 지역 수용성 확보 방안도 모색 중이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의 에너지 문제는 더 많은 전기를 어떻게 만들고,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부담시킬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에너지 소비의 중심이 산업에서 정보로 이동하는 지금, 전기요금 체계 또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재설계되어야 할 시점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