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균 기자
【서울=스카이메타뉴스】중국이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광물의 수출을 통제하고 기술표준까지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에 따른 공급망 무기화 가능성이 전 세계 산업계의 주요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급망의 전면적 탈중국이 오히려 경제적 손실을 키울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국제금융센터(KCIF)는 지난 10일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44개 광물 중 30개에서 최대 생산국 지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정제·분리 기술 점유율도 90%를 넘는다”며 “공급망을 정치·경제적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희토류 통제를 수차례 실제로 행사한 전례가 있으며, 최근에는 ‘표준 2035 전략’과 디지털 실크로드 구상을 통해 데이터 클라우드와 기술표준까지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KCIF는 “한국은 반도체 핵심 원자재 6종 모두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망 다변화와 협상력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글로벌 싱크탱크들은 보다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Rhodium Group은 “일부 생산은 베트남, 인도 등으로 분산되고 있지만 중국의 제조 경쟁력을 단기간에 대체하긴 어렵다”며 “현실적으로 중국 중심 공급망을 완전히 분리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OECD 또한 최근 보고서에서 “과도한 리쇼어링은 전 세계 GDP의 12% 감소, 무역량의 18%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며 “위험을 줄이되 효율성까지 포기하지 않는 ‘디리스킹(de-risking)’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유럽 싱크탱크 MERICS는 중국의 전략적 자원 통제를 인정하면서도, “EU는 전략자원법 등 자립을 위한 법제화를 진행 중이며, 기술 자립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핵심 대응책”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RAND 연구소도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단기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으나, 미국은 대체 공급망 구축 여력이 충분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협상력도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공급망 무기화의 위협을 경계하면서도, 비현실적인 탈중국 전략이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산업정책 전문가는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동시에 협상 파트너로 간주하는 전략적 균형이 필요하다”며 “기술 자립과 글로벌 협력을 병행하는 방식이 장기적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와 함께 고급 부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병행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들은 중국 기업과의 합작 생산(JDM)을 통해 공급망 충격을 완화하는 대응에도 나서고 있다.
공급망 안정성과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국제사회는, 이제 ‘단절’이 아닌 ‘대응’의 길로 나아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