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심청 기자
국가 연구개발(R&D)의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기술 성과는 정체된 반면, 국방 R&D와의 전략적 연계를 통해 이를 돌파할 수 있다는 분석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8일 『NABO Focus 제116호』를 통해 국가 R&D와 국방 R&D 간의 연계 및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며, 향후 효율적인 예산 집행과 기술사업화의 돌파구로 민·군 기술협력 체계 강화를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 R&D 예산은 2014년 17.8조 원에서 2023년 29.3조 원으로 1.6배 증가했으며, 민간을 포함한 총 R&D 투자도 63.7조 원에서 119.1조 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기술 확보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감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형식적인 평가와 낮은 목표 설정”으로 인해 투자 대비 효율성이 저조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예산정책처는 국방 R&D가 가진 활용성 중심의 개발 구조에 주목하며, 국방 선행-민간 확산(spin-off) 방식이 국가 R&D의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을 건너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는 민간에서 자금 부족과 시장 불확실성으로 중단되는 기술을, 군사적 목적의 확실한 수요를 통해 실증·사업화로 연결하자는 구상이다.
보고서는 또한 미국·이스라엘·일본 등 기술 강국들이 국방 R&D를 기반으로 민간 기술로 파생시키는 구조를 전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우리 역시 국방기술위원회 등 기존 협력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정한 12대 국가전략기술과 방위사업청이 추진 중인 10대 국방전략기술 간 중복 영역인 인공지능, 양자기술, 첨단소재 등을 중심으로 공동기획·공동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국방 R&D는 기존 무기체계 개발뿐 아니라 미래도전기술, 민군기술협력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으며, 다부처 협업을 통해 DNA 기반 스마트 국방기술 등도 추진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정부출연연구소에 국방 R&D 임무를 부여하고, 민간의 첨단기술 기업들이 국방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산정책처는 “국가 R&D와 국방 R&D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기술의 신속한 상용화를 도모함으로써 R&D 투자의 효율성과 국가경쟁력을 동시에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