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균 기자
한화생명이 30일 인도네시아 노부은행(Nobu Bank) 지분 40% 인수를 최종 마무리하며 국내 보험사 최초로 해외 은행업에 진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한화생명이 지난해 5월 인도네시아 리포그룹(Lippo Group)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이후 약 1년 만에 완료된 것이다.
이번 투자로 한화생명은 노부은행의 경영권을 확보하며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한화금융그룹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자산운용에 이어 은행업까지 진출하게 됐다. 현지 금융업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 플랫폼 구축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노부은행은 2024년 기준 약 3조원 규모의 총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순이익은 2023년 120억원에서 2024년 279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하는 등 안정적인 실적을 보이고 있다.
한화생명은 디지털 금융 기술력을 바탕으로 노부은행의 오프라인 영업망과의 시너지를 통해, 인구 절반 이상이 30세 이하인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젊은 고객층을 겨냥한 리테일 금융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모바일 중심의 금융 플랫폼 고도화, 방카슈랑스 협업 확대, 현지 특화 금융상품 개발 등을 통해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김동욱 한화생명 글로벌전략실장은 “이번 투자는 단순한 진출을 넘어 동남아 금융 생태계 내에서 종합 금융 그룹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디지털 기술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금융 브랜드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거래는 단순한 전략적 투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기존에 보험·자산운용 중심으로 운영되던 한화의 해외 금융 사업 포트폴리오에 ‘은행업’이라는 핵심 인프라가 더해지며, 종합 금융그룹으로의 위상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인도네시아 노부은행은 어떤 곳인가
한화생명이 지분 40%를 확보한 인도네시아 노부은행(Nobu Bank)은 현지 재계 6위인 리포그룹(Lippo Group)이 보유한 중소형 상업은행으로, 안정적인 재무 기반과 전국적 영업망을 갖춘 금융기관이다.
노부은행은 1990년에 설립되어 2010년대 이후 본격적인 리테일 금융 강화 전략을 추진해 왔으며, 특히 소매 대출과 중소기업금융, 디지털 뱅킹에 집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 기준으로 ‘Buku 2’ 등급(자본금 1조 루피아 이상 5조 루피아 미만) 상업은행에 해당하며, 전국 주요 도시에 100여 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총자산은 약 3조원 규모이며, 최근 2년간 당기순이익이 120억원(2023년)에서 279억원(2024년)으로 두 배 이상 성장하는 등 수익성과 안정성 모두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리테일 부문에서의 수익 비중이 높아, 한화생명의 디지털 금융 역량과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리포그룹은 인도네시아 부동산·헬스케어·소매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대기업집단으로, 기존에 노부은행을 그룹 유통채널의 금융 플랫폼으로 육성해왔다. 이번 한화생명의 전략적 지분 참여는 노부은행이 ‘디지털 기반 리테일 특화 은행’으로 탈바꿈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이자 평균 연령이 낮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 디지털 금융 확산 여지가 크다. 노부은행은 이같은 시장 조건에 대응해 모바일 뱅킹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방카슈랑스 등 보험연계 금융상품에도 적극적이다.
이번 한화생명의 인수로 인해, 노부은행은 기술력과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보유한 전략적 파트너를 확보하게 됐고, 한화는 인도네시아 금융시장 내에서 핵심 인프라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상호 보완적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인도네시아 금융시장, 젊은 인구와 디지털 수요가 이끄는 차세대 성장 허브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가 한국 금융사들에게 전략적 진출지로 주목받고 있다. 평균 연령이 29세에 불과한 젊은 인구 구조, 낮은 금융 포용률, 빠른 디지털 전환 속도는 은행·보험·자산운용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의 확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세 이하일 만큼 젊은 층이 두드러지며, 스마트폰 보급률은 70%를 넘겨 모바일 기반 금융 인프라 구축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반면 전통 금융권 인프라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전체 국민의 약 절반이 은행 계좌를 보유하지 않은 ‘언뱅크드(Unbanked)’ 상태에 머물고 있으며, 중소도시 및 농촌 지역에서는 금융 접근성이 크게 제한된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Bank Indonesia)과 금융감독청(OJK)은 최근 몇 년간 디지털 결제 인프라(QRIS), 전자화폐 제도, 핀테크 기업에 대한 라이선스 체계 등 디지털 금융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편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은행업은 ‘Buku 시스템’이라는 자본금 기준의 4단계 체계로 운영되고 있으며, Buku 2 등급(자본금 1조~5조 루피아)의 중소형 상업은행들이 시장의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외국계 금융사와의 전략적 제휴나 디지털 전문은행 전환을 통해 새로운 성장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한화생명이 지분 인수를 마무리한 노부은행 역시 이러한 구조 내에서 리테일 금융에 특화된 성장 전략을 추진해 왔다.
보험 시장 역시 성장 여력이 크다. 인도네시아의 보험 침투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3%로, 아시아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방카슈랑스 상품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보험사들의 시장 진입이 활발해졌다. 국내 생명보험사 및 손해보험사들도 현지 합작사 설립이나 단독 법인 출범을 통해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은 단기적인 수익보다 장기적인 디지털 플랫폼 기반을 선점하는 것이 더 중요한 전략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업 전반이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선제적인 기술 투자와 젊은 고객층에 대한 이해도가 사업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정부 역시 핀테크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며, 국내외 사업자에게 점진적으로 시장을 개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용 중이다.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가 동남아 금융 생태계의 허브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각종 규제 환경과 현지 기업문화, 언어 장벽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안정적인 진출과 수익 실현이 가능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은행·보험·자산운용을 포함한 종합 금융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의 전략적 진출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