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총재 이창용)이 단기자금시장에서의 유동성 조절을 보다 탄력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공개시장운영 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이번 개편은 최근 유동성 흡수 필요 규모의 축소와 같은 시장 여건 변화를 반영한 조치로, 오는 7월 10일부터 시행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의 양방향 정례화다. 기존 매주 목요일 실시하던 7일 만기 RP매각 외에도, 매주 화요일에는 14일 만기의 RP매입을 정례적으로 실시한다. 단, 지준적립 마감 주간은 예외이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통방) 주간에는 일정이 조정된다. RP매입 입찰방식은 기준금리 이상을 최저입찰금리로 하는 복수금리 방식을 적용하며, 통화안정계정 정례 입찰일은 화요일에서 목요일로 변경된다.
한국은행은 RP매매 대상증권의 범위도 확대했다. 기존 국채, 정부보증채, 통화안정증권, 주택저당증권(MBS)에 더해 산업금융채, 중소기업금융채, 수출입금융채 등 3개 특수은행채가 추가된다. 또한 MBS는 단순매매 대상에서는 제외하되, RP매매 대상에는 상시 포함된다.
시장참여 유인 제고 방안도 병행된다. RP매매 대상기관 및 우수·부진기관 선정 기준이 개정돼 참여 업권이 은행 및 자산운용사에서 전체 업권으로 확대되고, 증권사도 우수기관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우수기관에는 증권대체와 매입비중 관련 인센티브도 부여된다.
한국은행은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공개시장운영의 예측 가능성이 제고되고, 자금 수급 상황에 따라 기관별 선택적 참여가 가능해져 단기자금시장의 수급 불균형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14일물 RP매입 정례화로 분기말, 연말 등 특정 시점의 금리 급등을 방지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또한 그간 비정례적으로 시행하던 RP매입을 정례화함으로써 유동성 공급에 대한 낙인효과를 줄이고, 평상시 거래 경험 축적을 통해 비상시 조치의 즉각적 시행 기반도 마련됐다는 평가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편은 유연하고 안정적인 금융시장 운영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향후에도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개시장조작제도
한국은행이 최근 ‘공개시장조작제도’를 손본다는 발표를 했다. 말부터 어렵게 느껴지는 이 제도가 도대체 뭔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 건지 쉽게 풀어본다.
경제에서는 돈이 너무 많아도 문제고, 너무 없어도 문제다. 돈이 너무 많으면 물가가 오르고, 반대로 너무 부족하면 경기가 얼어붙는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시장의 돈 흐름을 조절하는 일을 한다. 그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공개시장조작이다.
한국은행은 시장에 돈이 너무 많다고 판단되면 시중 은행들에게 “잠깐 채권 줄 테니 돈 좀 줘”라고 하고, 반대로 돈이 부족하면 “채권 살게, 대신 돈 줄게”라고 한다. 이렇게 채권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시중의 돈을 조절한다. 이걸 RP 거래라고 부른다. 환매조건부채권이라는 긴 이름의 줄임말인데, 쉽게 말해 “언제 다시 사줄게” 약속하고 채권을 주고받으며 돈을 빌려주거나 돌려받는 거래다.
이번에 한국은행이 한 조치는 이 과정을 더 정기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제는 매주 화요일엔 돈을 빌려주는 RP매입을, 목요일엔 돈을 거둬들이는 RP매각을 정기적으로 한다. 마치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듯, 시장 상황에 따라 돈을 넣었다 뺐다 하는 것이다.
첫째,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언제 돈을 빌릴 수 있고, 언제 돌려줘야 하는지”를 예측하기 쉬워진다. 둘째, 갑작스러운 자금 부족 사태가 생겨도 한국은행이 제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셋째, 돈이 너무 풀려서 물가가 오르거나, 반대로 너무 막혀서 경기가 위축되는 걸 미리 막을 수 있다.
공개시장조작은 일반 국민이 직접 체감하긴 어렵지만, 우리가 쓰는 대출금리, 물가, 경제 안정성 등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제도다. 이번 개편은 한국은행이 경제 상황을 더 정교하게 관리하기 위한 준비라고 보면 된다. 마치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처럼, 금융시장도 정기적으로 숨 고르기를 하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