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균 기자
코스피(KOSPI) 종합주가지수가 20일 전일 대비 44.10포인트(1.48%) 오른 3,021.84에 마감했다. 이는 2021년 12월 28일 이후 약 3년 6개월 만에 종가 기준으로 3,000선을 다시 돌파한 것이다. 이날 장중 고점은 3,022.06을 기록했다.
주요 상승 요인으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완화 흐름 속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 반도체 업종 중심의 외국인 순매수 확대, 그리고 최근 국내 증시에 대한 기관 수급 개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강세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과거 흐름을 살펴보면, 코스피는 2021년 7월 6일 3,305.2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글로벌 긴축 사이클과 국내 경기 둔화 우려로 하락세를 이어왔다. 이후 2022에서 2,600선에서 등락을 거듭했으며, 2024년 하반기부터 점진적인 반등세가 나타났다.
이번 3,000선 회복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단순한 기술적 저항선 돌파를 넘어, 국내 증시가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다시 한 번 ‘투자 유망 시장’으로 재조명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도 증시 기대감을 키우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국가전략기술 투자 확대’, ‘모태펀드 대규모 확대’, ‘가계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매도 제도 전면 재정비’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최근에는 세제개편과 정책금융 강화를 포함한 ‘자본시장 혁신 3대 패키지’가 논의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개인과 기관 모두의 투자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 증권가 일각에서는 코스피가 2025년 하반기 또는 2026년 초까지 3,200~3,500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지수 5,000포인트 달성 여부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인 실적 기반 상승과 구조적 성장동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주가수준이 아닌 기업가치, 생산성 향상, 구조개혁 여부 등이 향후 상승 여력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로 꼽히며, 인공지능 산업 진흥, 반도체 초격차 유지, 재정정책의 지속가능성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요약하자면, 이번 3,000포인트 돌파는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심리적 전환점을 제공하였으며, 이재명 정부의 친시장적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일정 부분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수 5,000포인트 달성 여부는 단기 호재보다는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선 여부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낙관이 요구된다.
업종별 영향 분석: 반도체·2차전지 주도…금융·건설은 관망세
이번 코스피 3,000선 회복 과정에서 산업별로 뚜렷한 온도 차가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와 2차전지, 일부 AI 관련주 중심의 상승세가 두드러졌으며, 전통 업종인 금융, 건설, 소비재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흐름을 보였다.
반도체 업종은 명실상부한 주도 업종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 속에서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를 이끌어냈고,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수요 확대가 추가적인 기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차전지 업종 역시 에너지전환 기조와 맞물려 강세를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대형 배터리 제조사들은 미국 및 유럽 시장 확대, 전기차 보급 확대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으며, 일부 소재·부품·장비(SMEs) 기업들에 대한 기술력 기반 평가가 다시 이뤄지고 있다.
AI·빅데이터 관련주는 테마성 순환매 장세의 수혜를 보고 있다. SK텔레콤, KT, 네이버 등은 자체 AI 인프라 확대 계획을 공표하며 성장 기대감을 높였고, 이에 따라 관련 중소형주도 단기 급등 흐름을 보였다.
반면 금융주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수익성 둔화 우려와 경기 민감도에 따라 관망세가 이어졌다. 특히 은행주는 전반적인 실적 방어력이 있지만, 금리 정상화 이후의 마진 압박과 대출 수요 감소 우려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부동산 관련 업종은 정부의 공급확대 정책이 논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양시장 위축과 PF 리스크 등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제한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국토교통부의 규제 완화 신호가 구체화될 경우 건설주의 반등 가능성은 열려 있다.
소비재 및 유통주는 수출지표 개선과 원화 강세의 수혜를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수 경기 둔화와 물가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으로 제한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일부 백화점 및 면세점 업종은 관광객 회복세에 따른 실적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에너지·원자재 관련주는 국제유가, 원자재 가격 등 외부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 안정세가 부담을 다소 완화시켰다는 평가다. 특히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의 수혜 여부가 향후 업종 내 종목별 차별화를 야기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3,000포인트 돌파는 특정 업종에 집중된 상승세에 기반하고 있으며, 산업 전반의 동반 상승이라 보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지수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반도체, 2차전지 등 주도 업종의 지속 성장과 함께, 상대적으로 소외된 내수·전통 산업의 체질 개선 여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