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종 기자
IBK기업은행(은행장 김성태)이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중·후기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본격 지원한다. 기업은행은 18일 자사 창업육성 플랫폼인 ‘IBK창공’이 ‘IBK창공 실리콘밸리 Scale-up 프로그램’을 가동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현지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확장 가능성을 갖춘 8개 유망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실리콘밸리에서 5일간 집중 육성하는 단기형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 대한 실질적인 진입 발판을 마련해주는 점에서 주목된다.
선발된 기업들은 실리콘밸리에 설치된 ‘IBK창공 실리콘밸리 데스크’가 축적해 온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각사의 니즈에 최적화된 맞춤형 지원을 받는다. 프로그램 기간 동안 현지 파트너사 및 전문가들과의 1:1 비즈니스 매칭, 벤처캐피탈 대상 투자 유치 멘토링, 기업 현장 방문 등의 실무 중심 세션이 이어진다.
기업은행은 또한 코트라(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등과 협업을 통해 참가 기업들이 오픈이노베이션 세션과 전문가 세미나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단기적인 네트워킹에 그치지 않고 미국 내 사업 확장을 위한 장기적 관점의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8개 기업은 다음과 같다. 차량용 임베디드 보안 솔루션을 개발하는 ‘모빌위더스’, 자율·원격주행 기술을 융합한 대형 전기트럭을 개발 중인 ‘서울다이나믹스’, 이동형 에너지 저장장치를 보유한 ‘이온어스’, 열화상 기반 비전 솔루션 ‘써모아이’, 전기차 발열 관리 기술을 가진 ‘티엠이브이넷’, 고효율 열차단 스마트 윈도우 기술의 ‘뷰전’, 인공지능 기반 감정 인지 음악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디제이’, 전기차 전용 서스펜션 부품 전문기업 ‘몰드’ 등이 이름을 올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참여기업들이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글로벌 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산업별 확장성 분석
이번 프로그램에 선발된 기업들의 기술력은 각 산업별 미래 수요와 직접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다이나믹스와 몰드는 대형 상용 전기차와 전용 서스펜션이라는 신시장에 대응하는 기술을 갖췄다. 특히 미국 내 물류 산업과의 접점이 크다는 점에서 향후 OEM 파트너십이나 현지 조립·생산을 통한 확장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온어스는 이동형 에너지 저장장치를 바탕으로 캠핑카, 소형 전력 공급, 재난 대응 등의 시장에 진입할 수 있으며, 이는 미국의 전력 인프라 분산화 기조와도 부합한다. 뷰전이 보유한 스마트 윈도우 기술은 건물 에너지 절감 및 탄소중립 건축 수요에 대응할 수 있어, LEED 인증 건축 시장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인디제이가 개발한 인공지능 감정 인식 음악 추천 시스템은 미국 내 정서기반 콘텐츠 플랫폼 수요에 적합하며, 건강 관리나 심리 치료 등 헬스케어 분야와의 융합 가능성도 열려 있다. 모빌위더스와 써모아이의 기술은 각각 차량 내 보안, 산업 현장 및 방재용 감지 솔루션으로 활용될 수 있어 자율주행과 산업용 센서 분야에서의 전략적 파트너링 가능성이 있다.
금융기관 주도의 글로벌 플랫폼 전략과 향후 전망
IBK창공 실리콘밸리 프로그램은 단순한 해외 파견 프로그램이 아니라, 금융기관 주도의 글로벌 진출 플랫폼 구축 시도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K-Startup 글로벌 진출 전략’과 맞물려 있으며, 향후 민관 공동 펀딩 모델 또는 글로벌 VC 연계 펀드 출범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한, 기업은행은 현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연 2~3회 정례화된 글로벌 배치 프로그램을 구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IBK는 창업기 지원을 넘어 성장기 기업의 해외 진출을 포괄하는 중간금융기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국내 벤처 생태계의 질적 고도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