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균 기자
농촌진흥청과 한림대학교 연구진이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홍잠 추출물이 선천면역 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 제거 및 바이러스 억제에 효과가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가장 널리 사육되는 백옥잠 품종의 누에를 활용한 ‘홍잠’을 기반으로 진행됐다. 홍잠은 누에가 완전히 성장해 몸속에 견사 단백질이 가득 찬 상태에서 수증기로 찐 후 동결건조하여 만든 식·약용 원료로, 아미노산, 오메가3, 불포화지방산, 폴리페놀 등 다양한 생리활성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예로부터 홍잠은 간 기능 개선, 인지능력 향상, 위장 보호 등 여러 건강기능 효과로 주목받아 왔으며, 이번 연구를 통해 면역 기능 강화까지 입증된 셈이다.
농촌진흥청은 초임계유체 추출 기술을 이용해 홍잠에서 주요 기능성 성분을 고농도로 추출하고, 이 추출물이 자연살해세포(NK세포)와 대식세포의 증식 및 기능 활성화에 유의한 효과를 보였다고 13일 밝혔다. 특히 세포실험 결과, 홍잠 추출물은 자연살해세포의 증식을 7% 촉진했으며, 이 세포가 뇌종양, 혈액암, 췌장암 등의 암세포를 인식하고 제거하는 능력도 크게 향상됐다. 뇌종양 암세포(교모세포종)의 경우 제거 능력이 최대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실험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됐다. 면역 기능이 저하된 실험쥐에 홍잠을 45일간 투여한 결과, 비장 내 B 림프구 기능이 활성화되면서 혈액 내 면역 단백질(IgG)의 농도가 1.5배 상승했고, T 림프구 및 자연살해세포의 증식 또한 활발해져 암세포 제거 능력이 1.3배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유사한 면역 증진 효과가 확인됐다.
또한 홍잠 추출물은 대식세포의 생존 기간을 연장시키고, 염증 반응을 악화시키는 산화질소(NO) 및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식세포 작용은 최대 20배, 바이러스 제거를 위한 음세포 작용은 5배 이상 증가시켰다. 이는 감염 초기 단계에서의 선천면역 반응을 강화할 수 있는 기능성 소재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된다.
해당 연구 성과는 ‘자연살해세포의 증식 및 항암 증진 효과를 가지는 홍잠 추출물을 포함한 조성물’이라는 명칭으로 특허 출원되었으며(출원번호: 10-2023-0169360), 농촌진흥청은 향후 임상시험을 포함한 실용화 연구를 통해 홍잠 원료의 표준화 및 자동화 대량생산 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농촌진흥청 산업곤충과 변영웅 과장은 “홍잠은 한국 양잠산업이 자생적으로 육성한 고부가가치 자원”이라며 “이번 면역 증진 효과 검증을 계기로 건강기능식품, 항암보조제, 면역강화 소재 등 산업적 활용 가능성이 한층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