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균 기자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13일(현지시간), 순직한 무함마드 호세인 바그레리 장군의 후임으로 시드 압둘라힘 모우사비 장군을 신임 합동참모총장(Chief of Staff of the Armed Forces)으로 임명했다. 이번 인사는 바그레리 장군이 최근 암살된 이후 군의 지휘 체계를 신속하게 정비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하메네이는 공식 임명장에서 바그레리 장군이 “영광스럽게 순교했다”고 언급하며, 모우사비 장군에게 군의 전반적인 방위력과 조직 체계 강화를 위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그는 “민병대 조직을 포함한 국가 안보 역량을 더욱 공고히 하고, 다양한 외부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모우사비 장군은 이란 군 내에서 오랜 기간 핵심 보직을 맡아온 인물이다. 그는 이라크 전쟁 시기 포병지휘관으로 전선에서 활약했고, 이후 합동참모본부와 육군에서 주요 참모직을 두루 거치며 경험을 쌓아왔다. 2017년부터는 육군 총사령관으로 재직하면서 현대화된 작전 체계 도입과 청년 장교 양성에 집중한 바 있다.
그의 이번 임명은 단순한 승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바그레리 장군의 암살 사건 이후, 이란 내 군사 및 정보안보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재정비 필요성이 대두된 가운데, 모우사비 장군의 기용은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대응을 위한 인사로 평가된다. 하메네이는 그에게 “확고한 신념과 강한 실천력”을 당부하며, 변화된 전략환경 속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했다.
이번 인사로 이란 군부는 바그레리 장군 암살로 인해 생긴 공백을 빠르게 메우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단호한 군사적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특히 신임 총사령관의 임명 시점이 가디르 축일을 앞둔 민감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향후 군사적 대응 혹은 대외 메시지가 함께 동반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란 군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조직 재편과 위기대응 매뉴얼 강화 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중동 지역의 정세 역시 이에 따른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군인의 군인” 모우사비 장군, 이란 군부의 균형을 택한 선택
암살당한 무함마드 호세인 바그레리 장군의 후임으로 시드 압둘라힘 모우사비 장군이 이란의 신임 합참총장에 임명되면서, 중동 정세의 균형추가 다시금 요동치고 있다. 그의 임명은 단순한 군 인사의 차원을 넘어, 이란 내부 권력 구조의 재편성과 군사 전략 기조의 방향성을 암시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모우사비 장군은 ‘혁명수비대 출신이 아닌 군 정통 라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그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포병 지휘관으로 실전을 겪으며 군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서와 육군 참모총장을 거쳐, 2017년부터 이란 육군총사령관을 맡아왔다. 실전 경험과 조직 관리 능력을 고루 갖춘 그는 전형적인 ‘군대 중심적 군인’으로 평가된다.
그가 속한 이란 육군(Artesh)은 혁명수비대(IRGC)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치색이 옅고 전통적 방위 임무에 충실한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모우사비의 등장은 군 내부 균형 유지와 안정적인 통솔을 우선시한 최고지도부의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특히 바그레리 장군이 IRGC 출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는 혁명수비대 일변도의 편중을 일정 부분 보완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우사비 장군은 과거 연설과 공식 인터뷰를 통해 “이란 군은 정치적 충성보다도 국가와 국민에 대한 책임감을 기반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군의 중립성과 전문성을 강조한 발언으로, 이란 내 군-정 관계에서 일정한 자율성과 균형을 지향하고자 하는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그는 군사적 독립성과 전통주의를 중시하는 만큼, 외부 위협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고수해온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정치적 측면에서도 모우사비의 등장은 미묘한 함의를 지닌다. 그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의 개인적 인연이나 신정 체제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합리적 보수주의자’로서 실용적 안보정책을 지향해 왔다. 이는 최근 이란이 국제사회와의 대치국면에서 완전한 강경 일변도보다는, 전략적 유연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편, 그의 군사철학은 방어적 억제전략을 기본 축으로 하되, 사이버전·드론전력·비대칭 전력의 현대화도 병행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특히 그는 육군 재직 시절 청년 장교와 기술 인재 양성을 강조해 왔으며, 이는 향후 이란군의 조직문화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모우사비 장군의 과제는 단순한 지휘 체계 복원에 그치지 않는다. 바그레리 장군 암살로 상징화된 ‘외부 타격’과 ‘정보 보안 허점’ 문제, 그리고 군 내 다양한 이해관계 조율까지 복합적 난제가 산적해 있다. 동시에 그는 중동 지역의 불안정한 안보 환경 속에서 이란의 국방 태세를 한층 정비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해야 하는 책임도 짊어지고 있다.
이란 내부에서는 모우사비 장군이 ‘강한 군의 복원’을 위한 적임자라는 기대와 동시에, 혁명수비대와의 권한 조율이라는 현실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냉정히 주시하고 있다. 그의 향후 행보는 단순히 군 조직의 안정성을 넘어, 이란의 전략적 방향성 전체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