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파 하프타르 장군, 출처 : 유튜브 캡처

이아종 기자

수단군이 최근 리비아와 이집트 접경 지역의 주요 전략 거점에서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리비아 내 무장세력의 활동이 국경 지역까지 확산되며 수단 내 안보 불안을 자극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수단 육군은 11일, 동북부 접경 지역에서 주둔 병력을 철수시켰다고 공식 발표했다. 철수 대상 지역은 리비아·이집트와 국경을 맞댄 트라이앵글 지대(triangle zone)로, 무기 밀수와 무장세력 이동의 핵심 경로로 알려져 있다.

출처 : 구글지도

군 당국은 “최근 리비아 국경지대에서 활동하는 무장세력 간 충돌이 빈번해지고 있어 병력의 안전과 작전 효율성을 고려해 선제적 재배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전술 조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전문가들은 수단군의 철수가 이 지역에 대한 통제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수단 북부 및 동부 지역으로 무장세력의 활동 반경이 확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리비아 내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국경을 넘나드는 무장조직의 유입이 수단 내부의 불안정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몇 달간 다르푸르 및 북코르도판 지역에서 발생한 국지적 충돌에도 국경 유입 세력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제기되고 있다.

수단 군사 평론가 타리크 아흐메드는 “리비아 남부에 기반을 둔 여러 무장조직이 수단 북부로 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국경 철수는 이들에 대한 억지력을 저하시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단 정부는 이번 조치가 일시적이며, 해당 지역의 안보 상황을 면밀히 평가한 뒤 추가 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집트와 리비아 측 정부는 수단 측과의 군사 정보 공유와 접경 지역 정세 안정화를 위한 협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수단군의 철수는 내전을 겪고 있는 리비아와 정세가 급변하는 수단 간의 접경 안보 문제를 다시금 국제적 이슈로 부각시키고 있다.

리비아 내전 장기화…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 동부 권력의 중심으로 부상

리비아 내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동부 지역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의 정치·군사적 영향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하프타르가 이끄는 리비아국민군(LNA)은 트리폴리를 기반으로 한 국제인정정부(GNU)와 수년째 대립하고 있으며, 최근 국경 인근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양상이다.

칼리파 하프타르는 1943년 리비아에서 태어난 군사 지도자로, 1969년 무아마르 카다피의 쿠데타에 가담하며 군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1980년대 차드 전쟁에서 포로가 되어 미국으로 망명했고, 20년 이상 미국에 거주하며 시민권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리비아 내전이 발발하자 하프타르는 귀국해 반카다피 진영에 합류했고, 이후 동부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대해 나갔다.

2014년부터는 벵가지 지역에서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을 소탕하겠다며 ‘품위 작전(Operation Dignity)’을 전개했고, 같은 해 하원의 승인에 따라 리비아국민군(LNA)의 최고사령관으로 공식 임명됐다. 그는 리비아 동부와 남부 주요 지역을 점차 장악하며 실질적인 지역 정부를 운영해 왔다.

하프타르의 세력은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러시아 등의 군사적·외교적 지원을 받아 성장해 왔다. 특히 2019년에는 트리폴리 공세를 단행하며 전국적 권력 장악을 시도했지만, 당시 터키의 군사 개입으로 전세가 역전되면서 2020년 중반에는 휴전 협정이 체결됐다.

하프타르의 군정 스타일은 강력한 중앙통제를 지향하며,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무력 대응을 정당화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러나 그가 구축한 통치 체제는 권위주의적 성격이 짙으며, 언론 탄압과 반대세력 제거 등의 조치로 인해 인권 침해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리비아 내부에서는 그를 국가 통합의 방해 세력으로 보는 시각과, 안보를 지키는 유일한 질서 유지자로 평가하는 견해가 공존하고 있다.

최근 수단과 리비아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군사적 긴장도 하프타르의 영향력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수단군은 리비아 측 무장세력의 위협을 이유로 접경 지역에서 철수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리비아 동부의 무장 세력이 국경을 넘나들며 활동 범위를 넓힐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리비아 내 정치 재통합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2021년 예정됐던 총선은 끝내 열리지 못했고, 하프타르와 GNU 양측은 각자의 권위와 합법성을 주장하며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사회는 유엔을 중심으로 대화를 촉진하고 있으나, 강력한 무장 세력을 기반으로 한 하프타르의 입지는 여전히 리비아의 안정과 통합에 가장 큰 변수로 남아 있다.

하프타르 장군의 향후 행보는 리비아뿐 아니라 북아프리카 지역 전체의 안보 지형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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