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미국 재부부(US The Department of Treasury)

김도균 기자

미국 재무부가 현지 시간 5일 발표한 ‘주요 교역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Macroeconomic and Foreign Exchange Policies of Major Trading Partners of the United States)’에서 한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재지정했다. 이번 조치는 2023년 4분기부터 2024년 4분기까지 1년간의 거시지표를 반영한 것으로,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와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기준을 모두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찰 대상국 지정은 환율 조작국 지정과는 다르지만, 미 재무부가 해당 국가의 통화 및 환율정책에 대해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공식 신호다.
한국 외에도 중국, 일본, 대만, 독일, 베트남, 싱가포르, 스위스, 아일랜드가 함께 명단에 포함됐다.

한국은 작년 말 명단에서 한 차례 제외됐다가, 6개월 만에 다시 복귀한 셈이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 미국은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GDP 대비 5.3% 수준에 달했고, 대미 무역흑자도 550억 달러를 넘겼다”며 지정 사유를 분명히 했다.

보고서는 외환시장 개입 관련 정보가 불투명한 일부 국가들을 따로 지목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공개 개입은 줄었지만 여전히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환율 정책 기조에 대한 수정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관찰 대상국 지위가 향후 미국 내 보호무역주의 흐름과 결합될 경우, 한국 수출기업에 비관세장벽이나 제재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오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외환과 무역 이슈가 정치화될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단순한 리스트 복귀 이상의 외교·경제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 역외참여 확대 등 구조 개편을 추진해왔지만, 미국 측은 아직 이를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환율 투명성’과 ‘시장 개입 최소화’라는 미 재무부의 일관된 기준선에 한국이 얼마나 명확하게 부합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국은행-국민연금 외환스왑… 스텔스 개입인가, 유동성 조절인가

미국 재무부가 한국을 다시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 가운데,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의 외환스왑 구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외환시장 개입이 없지만, 실제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구조라는 점에서 ‘비공식 개입(stealth intervention)’이라는 의혹도 따라붙는다.

핵심은 이렇다.
국민연금은 매년 수십조 원에 달하는 해외투자 자금을 운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규모 달러 수요가 발생한다.
기존에는 시중은행을 통해 달러를 매입했지만, 2022년부터 한국은행과 외환스왑 계약을 체결해 직접 달러를 조달하는 방식이 도입됐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 직접 들어오지 않음으로써 원화 약세 압력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 구조는 외환보유액이 줄어들지 않고, 외환시장 개입 기록에도 잡히지 않는다.
즉, 개입은 없지만 효과는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방식이 미국 등 주요국 기준에서 환율 투명성 원칙을 위반하는 ‘비시장적 개입’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 미 재무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공개된 시장개입 외에도, 국영기관의 외환 관련 비정형 활동에 대해서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직접 한국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한국은행-국민연금 스왑 구조를 의식한 표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은 이 스왑 계약을 “단순한 유동성 공급”으로 보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는 “외환보유액 내에서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빌려주는 구조일 뿐이며, 시장가격 형성에는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시장 안정으로 이어진다면, 외부에서는 이를 순수한 ‘시장 기능’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국내 일부 전문가들도 이 구조가 정책 수단의 중간지대에 위치한 위험한 균형이라고 지적한다.
시장에서는 “공식 개입도 아니고 완전한 방임도 아닌, 그레이존(Grey Zone)”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환율이 단기 안정세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문제로 비화되지 않겠지만,
향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나 대선 국면에서 통화정책 이슈가 정치화될 경우,
이 스왑 구조는 “투명성 없는 개입”이라는 명분으로 통상 압박의 빌미가 될 수 있다.

현재까지 미국 재무부는 한국의 외환스왑 구조에 대해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
그러나 보고서 문구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들에서 반복되는 “정책 투명성” 요구는,
이 구조가 향후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공단과 체결한 외환스왑(FX Swap) 거래를 올해 말까지 연장하고 거래한도를 기존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증액하기로 합의했다고 지난해 12월 19일 발표한 바 있다.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왑은 2022년 9월 100억 달러로 시작해 2023년 4월 350억 달러, 2024년 6월 500억 달러, 2024년 12월 650억 달러로 상향 조정되었다.

<관련 법령>
정부내 외환 관련 업무는 기획재정부 소관이다.(정부조직법 제27조 제1항)
외환과 관련하여 정부는 외국환수급 기반의 조성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외국환거래법 제4조 제2항)
기획재정부 장관은 권한의 일부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한국은행 총재에게 위탁할 수 있다.(외국환거래법 제23조)
한국은행은 외화자금 및 외국환의 보유와 운용을 할 수 있다.(외국환거래규제 제2-25조)
한국은행은 정부의 환율정책 등에 대하여 협의하는 기능을 수행한다.(한국은행법 제8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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