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NBER

차심청 기자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과 거의 맞먹는 수준까지 치솟으며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경제연구소(NBER)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가 주목받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단순한 긴축이나 증세가 아닌 **“경제성장을 통해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는 정책”**의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NBER 워킹페이퍼 제33834호 *(Douglas Elmendorf 외)*는 “고성장 정책이 단독으로 부채비율을 안정화할 순 없지만, 다른 재정정책과 병행하면 상당한 완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성장만으로는 안 된다…하지만 효과는 있다”

보고서는 세 가지 핵심 메시지를 전달한다.

  1. 단독으로는 한계: 고성장 정책만으로 연방 부채를 GDP 대비 안정화하기엔 부족하다. 구조적 세수 부족과 고령화에 따른 지출 증가가 주요 원인이다.
  2. 병행하면 강력한 효과: 일정 수준의 성장을 유도하는 정책은 세금 인상이나 지출 삭감의 강도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3. 근거 부족, 연구 필요: 정책 설계에 필요한 실증적 데이터가 현저히 부족하므로, 향후 정책 연구 및 평가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

일곱 가지 정책 영역 분석

보고서는 경제성장과 재정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영역을 일곱 가지로 정리했다. 각 영역은 성장 잠재력과 예산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분석되었다.

1. 고급 기술 이민 확대

STEM 분야 고학력 이민자의 유입은 생산성과 세수 증가로 이어진다. 매년 20만 명 추가 유입 시, 30년 후 GDP가 10% 가까이 높아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2. 주택 규제 완화

대도시의 과도한 토지이용 규제를 완화하면 인구 이동성과 생산성이 향상된다. 보고서는 7개 주요 도시의 규제 완화만으로도 GDP가 8% 증가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3. 아동 중심 안전망 강화

어린이 대상 복지 프로그램은 장기적으로 소득을 높이고 세수 증가를 유도한다. 특히 아동 Medicaid 확대의 경우, 1달러 지출 시 평균 1.78달러의 장기 재정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4. 전력망 확충

재생에너지 중심의 송전 인프라 투자는 GDP에 기여하며, 미국 에너지부는 1달러당 최대 1.8달러의 순편익이 있다고 평가했다.

5. 정부 R&D 투자 확대

과거 정부의 연구개발 지출은 민간 R&D보다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일부 정책은 예산상 자가 충당도 가능한 수준이며, R&D에 대한 조세 인센티브도 긍정적인 재정 효과가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6. 투자 유인형 세제 개혁

세제 개편은 기업 투자와 생산성을 유도하지만, 직접적인 세수 감소를 상쇄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 단, 특정 분야(예: R&D 세금 감면)는 순예산효과가 플러스로 전환될 수 있다.

7. 인프라 허가 절차 개혁

NEPA 등의 허가 제도를 단순화하면 민간 투자 가속화와 프로젝트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보고서는 “세 가지 병행 개혁(허가권 조정, 공공기관 인센티브, NEPA 개정)이 병행되어야 실질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규제 개혁이 비용 대비 효과 커”

보고서는 재정적자와 성장을 동시에 고려할 경우,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은 **세출 없이도 성장 유인이 가능한 ‘규제개혁’**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인허가제도, 주택정책, 송전 규제 등은 재정 부담 없이 실질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대표 영역으로 꼽혔다.

정치적 선택, 그리고 과학적 근거의 결핍

다만, 보고서는 현실 정치에서 **“성장과 형평성, 환경, 지역 이해관계 간의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일부 성장 촉진책은 사회적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결국 이는 정책 효과에 대한 정량적, 장기적 근거 구축 없이는 돌파하기 어려운 과제라는 것이다.

향후 과제: 실증연구와 정책 설계의 ‘연결 고리’ 필요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정책 효과를 경제 성장과 재정 수치로 연결할 수 있는 **“총요소생산성(TFP) 관련 실증연구”**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은 과제를 제안했다:

  • R&D, 이민, 규제개혁 등과 생산성 간의 명시적 연결
  • 안전망 정책의 수혜집단별 효과 이질성 분석
  • 정책 간 시너지 또는 제약 요인 분석

결론

이 보고서는 경제성장과 재정건전화라는 이중 목표 달성을 위한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정책 로드맵”**을 제시한다. 다만, 그 실현을 위해선 정치적 결단과 함께 실증적 연구기반 확대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참고자료:
Douglas Elmendorf, R. Glenn Hubbard, Zachary Liscow (2025), Policies to Reduce Federal Budget Deficits by Increasing Economic Growth, NBER Working Paper No. 33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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