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한국금융연구원

김 훈 기자

영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비상장 주식의 새로운 유통 플랫폼 ‘PISCES(Private Intermittent Securities and Capital Exchange System)’를 2025년 하반기 중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이 제도는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일시적으로 공개하고 한정된 기간 동안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적 유통시장으로, 향후 정식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PISCES는 다년간의 금융시장 규제 실험을 위해 설계된 ‘샌드박스’ 제도 하에서 5년간 운용되며, 영국 의회의 승인 여부에 따라 조기 종료 혹은 영구화될 가능성도 있다. 영국 재무성은 2025년 5월까지 관련 법률적 구조를 제안하고, 금융행위감독청(FCA)은 구체적인 운영 규칙을 마련 중이다.

이번 제도 설계의 핵심은 ‘프라이빗플러스(private-plus)’ 접근 방식이다. 이는 공공시장의 엄격한 규제를 배제하고, 민간 투자자들의 위험수용 성향을 반영해 유연하게 설계된 규제 체계다. 상장시장과는 달리 PISCES는 시장남용규제(MAR)나 거래보고 의무가 적용되지 않으며, 투자자는 고소득자 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한 자로 제한된다.

거래소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이 플랫폼은 기업에게 핵심공시정보(core disclosure information)만 요구하며,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일부 공시는 생략할 수 있다. 공정한 가격 산정이나 유동성 확보를 위한 최소 요건도 별도로 명시되어 있지 않아, 전통적 거래소보다 진입장벽은 낮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험이 큰 시장이다.

영국은 최근 런던증권거래소(LSE)의 상장기업 수 감소와 IPO 시장 위축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개인저축계좌(ISA) 내 주식투자 비중 확대 및 비상장 유동시장 활성화를 통해 금융시장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PISCES가 제대로 작동할 경우,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경로를 다변화하고, 투자자의 자금 회수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상장시장에 비해 낮은 투명성과 유동성, 제한된 투자자 범위는 제도의 안정성과 지속성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한편, 미국 나스닥 프라이빗 마켓(Nasdaq Private Market)이나 일본의 사설거래시스템(PTS) 등 비상장 주식 유통 인프라가 각국에서 실험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이번 시도는 글로벌 비상장 주식시장의 제도 설계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출처: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브리프 제34권 10호, FCA 보고서, HM Treasury]

By 김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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